한 여성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추위에 떨고 있다. 100m 전방에 다운점퍼를 입은 남성을 발견, 그에게로 돌진한다. 순간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달려가 안긴 건가 했더니 대담한 여성은 남성이 입은 점퍼 뒷주머니에 발을 집어 넣는다.
삼성에버랜드의 캐주얼브랜드 바이크리페어샵(옛 빈폴 진)은 지난 10월 말 유투브에 이런 스토리를 담은 '허그다운 활용법'이라는 동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상대방이 끌어안았을 때 뒷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있도록 제작한 점퍼(허그다운)를 이런 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장난스럽게 보여준 것이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2주간 조회수 100만건을 돌파했다. 바이크리페어샵은 단숨에 유튜브에서 최단기간 100만 조회수를 달성한 패션브랜드가 됐다.
동영상의 인기는 실제 매출로도 이어졌다. 초도물량 5,000장이 '완판'된 건 기본이고, 출시 5주 만에 8,000장이 팔려나갔다. TV광고 없이 이 같이 많이 판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광고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이야기로 구성한 동영상을 활용해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브랜드 '메디안 치석케어64%'는 지난 9월 영화 늑대소년을 패러디한 동영상을 공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치석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치석소녀'가 이 치약을 알게 되면서 깨끗한 치아를 갖게 되고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 누적 조회수가 무려 1,246만건을 돌파했다. 국민 5명 중에 1명은 이 동영상을 봤다는 얘기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그 달의 치약 매출은 전달보다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 누적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20%나 증가했다. TV광고를 했던 해보다도 매출이 더 좋았다.
샴푸브랜드 '려'도 9월 '마음의 열은 머리로 빠진다'는 주제로 동영상을 올려 공개 3주 만에 조회수 200만건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퇴근 시간만 되면 일을 주는 상사, 잠깐 비운 사이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아이 등 직장인과 엄마들이 겪는 스트레스 상황을 잘 그려 공감을 얻어냈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이고 지나치게 프로 냄새가 나는 TV광고 보다는 좀 아마추어 다우면서도 표현이 자유롭고 상상초월의 내용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 훨씬 효과를 낼 때가 많다"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세계적 히트상품으로 만들어 낸 것이 유튜브이듯 그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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