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과 무관한 투자사업에 몰두하고 후원기업을 감싼 일부 국제구호단체의 일탈행위가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빈곤과 질병, 재난 관련 구호 활동을 하는 '코믹 릴리프'와 '세이브더칠드런'은 담배와 주류, 무기 관련 업종에 기금을 투자하거나 후원금 제공 기업을 옹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윤리성 시비에 휘말렸다. 이는 B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를 통해 공개됐다.
비영리 자선단체의 도를 넘은 상업성 추구 행위를 폭로한 파노라마에 따르면 국제적 구호단체인 코믹 릴리프는 금기 대상인 군수, 주류, 담배 관련 업체에 기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는 군수업체인 BAE 시스템스와 주류업체 디아지오에 93만파운드(16억원)의 지분을 보유했고, 겉으론 결핵 퇴치사업을 벌이면서도 뒤로는 질병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담배 업종에 300만파운드(52억원) 이상의 기금을 투자하기도 했다.
영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비영리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후원업체 비호 행위로 도마 위에 올랐다. 매년 3억파운드 성금을 모금하는 이 단체는 주요 성금 후원사인 브리티시가스 때문에 빈곤층을 압박하는 가스요금 인상 문제에 침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단체 홍보팀장을 지낸 도미닉 너트는 "2009년 가스요금 인상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준비했지만 브리티시가스와의 관계 때문에 발표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에는 에너지 업체인 EDF의 후원금 유치를 추진하면서 빈곤층 난방지원 캠페인을 취소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와 함께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영국 지부는 지난해 초대형 연회행사 개최비로 75만파운드(13억원)를 과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저스틴 포시스 세이브더칠드런 최고경영자는 "기업후원금 모금에 대한 의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곤경에 처한 세계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항상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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