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의 근원은 낙하산이다."
어느 공기업 직원의 푸념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의 칼을 꺼내 들면서도, 정작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돼 온 '낙하산 인사' 근절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경영개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업에 대해선 기관장을 면책하겠다고 밝혀 노조 불만을 키웠다.
11일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는 낙하산 인사 문제 해결대책이 빠졌다. 정부는 7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 발표 때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장 및 감사의 전문성 자격 요건 및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5개월 만에 정부 스스로 약속을 뒤집은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상규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은 "정치적 자질이 있는 사람이 경영을 더 잘 할 수도 있다"며 "경영평가를 강화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낙하산 인사는 정부나 부총리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솔직히 인정했으니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낙하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공기업 방만경영 개혁 작업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예컨대 과도한 복리후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변경해야 하는데, 낙하산 기관장이 노조의 양보를 얻어낼 명분이 줄어든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정부가 실질적 해법보다는 공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나 단체협상 개정을 압박하면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기관 평가에서 파업 관련 면책 조항을 넣은 건 언제든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경영평가에서 파업을 유발시킨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아 기관장이 과도한 복리후생을 줄이지 못하고 노조에 끌려 다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오히려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금은 공공기관의 부채와 방만경영 문제가 우리 경제 전체에 잠재적으로 엄청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며 "노조가 정상화 대책을 추진하는데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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