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흑돌이 아무런 뒷맛도 없이 고스란히 다 잡혀서 상변 일대 백집이 엄청나게 커졌다. 사실 프로들의 대국에서 초반에 이 정도 손해를 봤으면 거의 승부가 결정된 거나 다름없다. 흑이 바둑판의 오른쪽을 몽땅 집으로 굳힌다면 모를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역전이 불가능할 것 같다.
백홍석이 1로 씌워서 오른쪽을 최대한 키우려 한 게 보통 때라면 말도 안 되는 무리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4 때 5로 바로 젖힌 것도 마찬가지. 나중에 삼수갑산에 가는 한이 있어도 일단 최강으로 버티고 있다. 반면 이창호는 혹시나 무슨 탈이라도 나지 않을까 최대한 안전운행, 이른바 부자 몸조심이다.
실전에서 백홍석이 9로 껴 붙인 건 10, 12 다음 를 기대한 것이지만 이창호가 13 때 14, 16을 재빨리 선수 교환한 다음 18로 코 붙인 게 멋진 맥점이다. 흑이 처럼 반발할 수는 없다. 실전처럼 처리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백이 우하귀에서 떵떵거리고 산 셈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