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듣게 되는 어구 중에는 일정한 틀이 있다. 'Now and then'(지금이나 그때나) 'here and there' 'come and go' 'do or die'(죽기 아니면 살기로), 'short and sweet'(간단 명료하게), bread and butter, room and board(숙식 제공), trial and error (시행착오), cat and mouse(고양이와 쥐) 등 수백 가지가 있고 or로 연결되는 good or bad, give or take (대략), rain or shine(비가 오나 눈이 오나), sink or swim (죽기 아니면 살기로) 등의 수십 가지가 있다.
'Jack and Jill'(갑돌이와 을순이) 어구나 'father and mother'(부모)에서는 남자가 먼저 쓰였다. 남녀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제부터는 'Jill and Jack'(을순이와 갑돌이)이나 'mother and father'(모부)로 쓰는 게 옳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한다. 실제로 'mother and father'의 용례는 2000년도 이후부터는 거의 비슷한 비율로 쓰이고 있고 우리말에서도 아이들 입에서는 '엄마 아빠' 식으로 말하는 비율이 더 많다. 'Going and coming' 어구도 요즘에는 'coming and going'으로도 곧잘 쓰인다. 'Left and right'도 'right and left'로 쓰자는 주장도 있다. 반대편에서는 이들 어구는 이미 굳어진 어구들(set phrases)로서 관용구이고, 특히 'A and B'나 'A or B'같은 독특한 구조를 띠면서 오늘날까지 전해온 '유명 어구'인데 이를 바꾸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을 한다. 'wine and dine'처럼 각운을 살려 만들어진 말이나 'black and white'(흑백의) 어구처럼 '백흑'보다는 '흑백'이 익숙해 있는 습관적 문화가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To and fro'처럼 각기 이미 죽은 단어는 오직 이 어구로만 쓰이는 '화석처럼 구식의 언어'(fossil words)도 있는데 이를 현대식으로 바꾸는 것은 큰 의미도 없다. 이들 어구들은 처음에는 태국의 쌍둥이 어구들(Siamese twins·싸이어미-즈)라고 했는데 Y모양의 호스나 관을 지칭한 데서 유래한 것이고 근래에는 이항식 이명법(binomials)이나 굳어진 말이라는 뜻의 'freezes'라고도 부른다.
사실 이들 어구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미 여러 법칙이 적용된 것이다. 'bits and pieces'나 'hook, line and sinker'처럼 짧은 것부터 긴 것 순으로 물건의 경우 위치나 중요도 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인데 Behaghel's Law, Panini's Law라고 부른다. 시를 쓰거나 슬로건 등을 만들 때 사람들은 이들 규칙을 적용한다. 그런데 이제는 고전적 관용구나 규정된 표현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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