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과 재활, 그리고 다시 재수술까지 힘든 시간을 견뎌 코트에 돌아왔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은 무조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나 눈이 오는 흐린 날씨가 되면 오른 발목이 쑤신다. 그렇지만 고통과 인내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시즌 초반부터 무섭게 독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변함없이 정확한 토스를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야전 사령관’ 유광우(28ㆍ184㎝)가 버티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는 고전이 예상됐다. 10년 넘게 수비를 이끌었던 석진욱(러시앤캐시 코치)이 은퇴했고 여오현이 FA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으로 갈아 입으면서 리시브 라인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개막전에서 대한항공에 풀세트 접전 끝에 힘겹게 3-2로 승리를 거두고 2차전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하자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고준용, 이강주가 버티는 리시브가 들쭉날쭉하자 세터 유광우도 볼 배급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유광우는 침착했다. 레오의 입맛에 맞는 최적의 토스를 띄워주며 기를 살려줬고 팀에 새롭게 합류한 센터 이선규의 활용을 극대화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삼성화재는 중간에 현대캐피탈에 일격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3연승 행진, 9승2패(승점 26)로 2위 우리카드(승점 18ㆍ7승3패)를 멀찍이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갖췄다.
유광우는 11일 현재 비득점 부문에서 세트당 12.487개의 토스를 정확하게 올려 1위에 올라있다. 2위는 신인 이민규(러시앤캐시)로 12.029개다.
이뿐만 아니다. 유광우는 단순히 공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몸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세터 중 유일하게 디그 부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트당 1.897개의 상대 공격을 걷어 올리며 이 부문 6위에 자리하고 있다.
유광우는 2008~09시즌 삼성화재에 입단했지만 무려 2년 반 동안 코트에 서지 못했다. 한 차례 오른 발목 수술이 잘못돼 1년여의 시간을 그대로 날렸고 결국 독일에서 재수술을 해야 했다. 오랜 시간 코트에 서지 못했지만 피나는 재활 끝에 코트에 돌아왔고, 최태웅이 2009~10 시즌이 끝난 뒤 현대캐피탈로 떠나면서 붙박이 주전 세터로 올라섰다.
유광우는 “팀에 좋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믿고 토스를 올려줄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을 낮춘 뒤 “리시브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내가 더욱 발전해야 한다. 계속해서 이기면서 좋은 템포를 맞춰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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