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5)씨는 최근 증권사 지점 밖에서 펀드를 가입했다. 바쁜 근무시간에 지점 방문이 쉽지 않았던 김씨를 위해 증권사 영업직원이 직접 회사로 찾아왔기 때문. 김씨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1대1 상담서비스를 받으니깐 신뢰가 간다"고 했다. 김씨가 태블릿PC로 신규계좌 개설에서 펀드 가입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에 불과했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이 지점 밖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주요 증권사들은 10억~30억원의 비용을 들여 잇따라 전자영업시스템(ODS)를 구축했다. ODS는 고객이 전화로 요청하면 인근 지점 영업직원이 보험설계사처럼 태블릿PC를 들고 직접 방문해 신규계좌 개설, 투자상품 소개, 투자 상담 등을 해주는 영업시스템이다.
ODS는 실적 악화에 지점 통폐합, 인력 감축 등으로 영업망이 크게 줄어든 증권사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고객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묘안이다. 정연구 신한금융투자 분당센터 영업부장은 "ODS로 가입하면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보다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된다"며 "온라인이나 모바일 거래에 익숙한 젊은 직장인들의 이용률이 높다"고 전했다.
KDB대우증권은 9월부터 ODS를 도입했는데, 이후 신규고객의 절반(45%) 가량이 ODS를 통해 계좌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아예 본사에 스마트금융부를 별도로 설치하고 ODS 전담 직원 23명을 배치했다. 삼성증권 역시 ODS를 통한 신규계좌 개설이 도입 5개월 만에 6배 가량 늘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계좌 개설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지만, 잠재고객 확보 차원에서는 증권업계 사활이 걸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지점 밖 영업은 아직 한계가 있다. 증권사 수익으로 연결되는 파생상품 청약이나 펀드판매 등은 방문판매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방문판매로 구매한 상품은 14일 내에 반품할 수 있다는 방판법 조항 때문에 ODS를 통한 펀드 판매는 현실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가입과 동시에 투자가 이뤄지는 금융상품은 가격 변동성이 커 고객의 변심으로 수수료도 없이 원금을 고스란히 돌려주면 자칫 증권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점에서 펀드를 가입할 경우엔, 원금 환불이 아니라 가입 기간의 투자 상황에 따라 돈을 돌려받고 수수료도 물어야 한다.
다행히 달라진 영업 환경에 맞춰 법 개정도 진행 중이다. 사실 방문판매 비중이 높은 보험은 현재도 방판법의 예외로 인정받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올 초 은행과 증권업도 방판법 예외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검토를 끝냈고,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4월부터 방판법 예외 적용을 받아 ODS를 통한 금융상품 가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객들은 그간 계좌 개설의 복잡한 절차가 사라져 편리해지고, 증권사는 지점 운용 등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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