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북한이 우라늄을 이용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핵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긴 하지만 김 장관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 함의가 상당하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북한이 명실상부한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는 소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핵무기 원료는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HEU)이다.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40여㎏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플루토늄 6㎏면 핵무기 1기를 만들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6, 7기 가량의 플루토늄탄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플루토늄을 사용한 북한의 1, 2차 핵 실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플루토늄 탄은 고도의 정밀한 기폭장치가 있어야 충분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데 북한의 기술력이 그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국제사회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우라늄탄이다. 은밀한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루토늄탄 제조에 대규모 원자로가 필요한 것과 달리 약 600㎡(180여평) 규모의 우라늄 농축시설만 있으면 충분하다. 또한 우라늄탄은 기폭장치가 간단하고 핵실험을 안 해도 실전배치가 가능하다. HEU생산능력만 있으면 핵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핵무기 1기에 필요한 HEU는 15~20㎏ 정도다. 750~1,000개의 원심분리기를 1년간 돌려서 얻는 양이다. 북한은 2010년 11월 미국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불러 영변의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하며 자신들이 북한 전역에서 2,000대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년 HEU 40㎏을 뽑아내 핵무기 2기를 제조할 수 있는 규모다. 3년의 시간이 흐른 것을 감안하면 최소 12기 이상의 핵무기를 확보하고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2월 감행한 3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1, 2차 핵실험을 훨씬 능가하는 비약적인 발전 수준을 보여줬다. 당시 북한은 "다종(多種)화된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고 밝혀 우라늄탄 실험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 장관의 평가도 이런 종합적인 정보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우라늄탄 제조 능력을 확실히 갖춘 경우 핵 협상, 즉 북미협상이나 6자회담의 방향성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존의 북핵 협상이 핵개발능력 억지에 있었다면 이제는 소형화, 경량화 등 핵 능력의 고도화 억지와 핵 이전 방지에 방점을 두는 게 불가피해진다. 그래서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안보 측면뿐 아니라 협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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