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국무총리 군단이 10일 국회로 총출동했다. 김 전 총리의 아호를 딴 운정회(雲庭會) 창립총회가 열린 국회 헌정기념관에는 이른바 'JP군단' 300여명이 몰렸다. 대부분 자민련 출신 정계 인사들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충청권 세몰이의 모양새가 뚜렷했다.
운정회는 김 전 총리의 업적을 기리고 김 전 총리와 인연을 맺어온 인사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 출범한 모임이다. 초대 회장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2008년 10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자택에서 칩거해왔던 김 전 총리는 이날 휠체어에 앉은 채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의 도움을 받아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강창희 국회의장, 정진석 국회사무총장,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이 에워싼 채 에스코트를 했다.
김 전 총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1층 로비와 2층 행사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 300여명은 "김종필"을 연호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의 국회 방문은 200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이후 5년 10개월 만이다.
한때 건강 이상설이 나돌았지만 김 전 총리는 이날 불편한 오른손을 대신해 왼손으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가 하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40여분간 연설을 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산업화 시대를 일군 일화 소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ㆍ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할 수 없다)이란 구절을 인용해 "민주주의와 자유도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으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고픈데 무슨 민주주의가 있고 자유가 있나"고 반문한 뒤 "5ㆍ16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아주 정확한 정치를 노선을 정립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리는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일으켜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홍수가 날 지경인데도 홍수가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효과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박 전 대통령 시절 산에 못 들어가게 하고 벌거벗었던 산이 파랗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이제 갈 곳은 죽는 곳 밖에 없는데 국립묘지에 가지 않고 우리 조상이 묻히고 형제들 누워 있는 고향에 가서 눕겠다"며 "회고록도 쓰지 않고 비석에 '영생의 반려자와 이곳에 함께 눕노라' 고만 쓰겠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행사 직후 국회 사랑재에서 강 국회의장 등과 환담을 나누며 "야당은 집권당을 상대로 머리를 쓰고, 지면서 이기는 방법을 모색해야지 물리력을 쓰면 결국은 손해"라는 훈수를 두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수한ㆍ김재순ㆍ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홍구ㆍ정운찬 전 국무총리, 새누리당 서청원 정몽준 이인제 의원, 심대평 전 충남지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 등 정계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운정회는 향후 김 전 총리의 발언과 행적을 정리한 저서를 발간하고, 출생지인 충남 부여에 기념관 건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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