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전면에 한국산 표기중국서도 파는 쿠쿠 밥솥, 관광객 굳이 한국서 구입신뢰 높이며 현지 매출 대박
현지 입맛 맞춰 제품 개발안남미 쓰는 동남아엔 밥알 뭉치는 느낌 줄이고 러시아선 압력 이용해 요리… 만능찜 기능 만들어 히트
쿠쿠전자는 국내 밥솥 시장 1위 업체다. 1998년 쿠쿠라는 독립 브랜드로 밥솥을 만든 지 15년 만에 지난 달 누적판매량 2,500만개를 돌파했다. 쿠쿠전자가 해외에서 파는 밥솥과 밥솥의 원리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멀티쿠커 정면에는 'MADE IN KOREA' 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어지간해서는 제품 표면이나 정면에 생산지를 밝히지 않는데 쿠쿠는 3년 전부터 한국산임을 밝혀왔다.
9일 경남 양산 쿠쿠전자 본사에서 만난 천승국 마케팅팀 차장은 4, 5년 전부터 한국까지 와서 밥솥을 사가는 중국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유를 알아봤다고 한다. 천 차장은 "중국 내에서 밥솥이 많지만 중국인들이 한국산만 신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쿠쿠는 이 곳 양산 공장에서만 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강조해 신뢰감을 높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 러시아에서도 '쿠쿠=한국산'을 내세운 이후 매출은 껑충 뛰었다. 러시아와 중국 내 지난 해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110%, 105% 올랐고, 올해는 무려 150%, 11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역시 일본 제품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면서 2년 연속 20%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세 나라 모두 2000년대 초 진출했지만 '한국산'을 새긴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천 차장은 "1980년대 일본에 가서 '코끼리표 밥솥' 이라 불리던 조지루시(象印) 밥솥을 들고 오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지만 이젠 외국인들이 한국제품을 그렇게 여긴다"며 "MADE IN KOREA 표기가 최고의 홍보 수단이 된 셈"이라고 했다.
쿠쿠가 이런 '한국산'의 효과를 본 데는 '맛의 현지화'를 위한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쿠쿠는 무엇보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현지 바이어와 요리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한다. 이들은 '맛 사절단' 자격으로 수시로 양산 공장을 찾아 연구팀과 의견을 주고 받는다.
정홍길 기술연구소 차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처럼 안남미(날리는 쌀)를 주로 쓰는 나라는 밥알이 뭉치는 느낌을 줄여야 하는 데 적당한 수준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며 "개발 중인 제품을 현지로 보내 수 개월 동안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주로 냄비나 오븐에 끓이거나 쪄서 먹는 러시아에서는 밥솥의 기본 원리인 압력을 이용해 요리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를 새로 만들어 냈다. 수프나 슈트 뿐만 아니라 게 등 갑각류를 쪄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파워블로거, 요리전문가 등을 활용해 적극 알렸고, 현지인들로부터 인기를 끌자 필립스 등 다른 전자 회사들까지도 비슷한 요리 기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천 차장은 "단순히 한국에서 만들어서뿐만 아니라 풀 스테인리스 분리형 커버, 에코스테인리스 내솥 등 업계 최초로 내놓은 수많은 기술들이 뒷받침 했기 때문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양산=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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