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문턱을 낮출 순 없다. 이번에는 북한이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은 어렵다는 얘기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5년간 개점휴업 상태다.
한미일 3국이 내세운 대화의 전제조건은 비핵화 사전조치다. 지난해 북미 2ㆍ29합의에 플러스 알파를 추가한 것이다. 2ㆍ29합의는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대신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중단 ▦핵ㆍ미사일 실험 유예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입북 허용을 반대급부로 담고 있다. 플러스 알파로는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과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등이 거론된다.
이렇게 장황한 조건을 제시하며 대화의 '문턱'을 높인 것은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뿌리깊은 불신 때문이다. 북한은 2ㆍ29합의 불과 한달 만인 지난해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반기를 들더니 12월 장거리 로켓 추가 발사, 올해 2월 3차 핵실험을 통해 도발 수위를 높여왔다.
따라서 한미일 3국은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6자회담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 20년간 비핵화에 매달렸지만 '도발→협상→합의→보상→파기→도발'의 악순환이 계속된 데 따른 학습효과다. 정부도 "6자회담은 시간이 아니라 조건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북한의 핵능력은 향상되는 추세다.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에 따른 위협도 커지고 있다. 북한에 본때를 보이려다가 오히려 북핵 문제가 악화되는 역설이 계속되고 있는 꼴이다.
북핵 문제가 딜레마에 빠진 형국인데도 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을 향해 '소극적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을 끌어들이기보다 '선 핵포기, 후 대화'만 강조하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북핵 문제 접근에 새로운 제안은 없고 보고서의 토씨만 바꾸면서 우려먹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6자회담의 다른 축인 중국과 러시아는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이후 북한의 대화 공세가 주효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26번이나 언급했지만 북한은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 핵문제가 해결 수순을 밟는 동안 북핵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북한이 관심을 끌기 위해 4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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