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교 체육교사 임용시험 출제위원의 문제 사전 유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경상대 H 교수에 이어 성균관대 K 교수도 문제를 유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험 직전 일부 대학들의 찍어주기식 특강이 도를 넘어 정보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0일 경찰에 H 교수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임용시험 응시생과 학원가 관계자들은 "성균관대 K 교수가 출제한 운동생리학 문항 가운데 체육 2교시(전공A) 기입형 11번(2점), 서술형 3번(5점)이 K 교수가 출제에 앞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 특강 자료와 유사했다"고 주장했다. 기입형 11번은 제시문에서 밑줄 친 부분에 공동적으로 적용되는 운동처방 요소를 쓰는 문제다. 서술형 3번은 제시문의 운동부하검사 결과를 보고 운동대사 관점에서 '호흡 고환율'의 의미를 설명하고, 안정을 취할 때와 운동을 할 때 '혈류 추진력의 차이 값'을 구한 다음 그 차이가 혈류에 미치는 영향을 물었다.
문제는 많은 교수들이 제자들을 위해 이런 특강 자료를 양산하고, 출제위원으로 선임된 교수들의 특강 자료로 일부 응시생들만 특혜를 본다는 점이다. 응시생 A씨는 "일부 대학의 특강 자료에서 나온 문제들은 생소해서 손을 댈 수도 없었다"며 "1년간 열심히 공부했지만 짧은 시간 특강 자료만 본 응시생보다 못하다니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량진의 한 학원 강사는 "응시생들이 과목 당 거의 100종에 달하는 교과서를 모두 섭렵할 수 없기 때문에 특강 자료가 합격의 열쇠로 통한다"면서 "학원 강의 준비보다 특강 자료 모으기에 열을 올리는 강사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강사들이 시험 전 유명대학 특강에서 언급한 중요 내용을 응시생들에게 찍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임용시험 응시생 인터넷 카페에는 다른 여러 대학의 특강 자료가 실제 시험문제와 일치한다는 글 수십 개가 올라와 의혹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일 경상대 H 교수를 불러 조사한 뒤 10일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평가원은 전문가 심의 등 자체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 고발, 해당 문제 무효화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교수들에 대한 의혹에는 "이의신청이 접수되지 않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수사 의뢰와 진상 조사에 대해 학원가의 반응은 비관적이다. 한 강사는 "의혹은 매년 제기돼왔다"며 "출제위원이 강의에 쓰려고 만든 자료라고 주장하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사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도 재시험은 선례가 없어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응시생들의 피해 구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 교수와 경상대 체육교육과 교수들은 이날 언론에 답변서를 보내 "문제 유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H 교수가 출제위원이 된 사실도 "(H 교수가) 출제에 들어가기 전까지 학과 교수 어느 누구도 몰랐다"며 "학원가에 소문이 나고 (H 교수가) 전화를 받지 않아 그럴 것이라고 짐작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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