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껄끄러울지 몰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 이후 북중관계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장성택은 대표적인 중국통으로서 오랜 기간 양국관계의 가교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북중간의 특수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의 중요한 변수가 되지는 않을 거란 얘기다.
북중관계는 국가가 관여하는 공식부문과 개인적 친분을 통한 비공식부문으로 나뉜다. 장성택이 전면에 나섰던 북중간 경협사업은 전자의 경우로, 정부간 계약에 따른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돼왔다. 황금평, 위화도, 나진-선봉 특구 개발이 그 예다.
장성택은 특구 개발을 진두 지휘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간 경제협력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중국이 해외투자에 대한 보장조치를 요구하며 특구 개발에 뜸을 들였던 것도 장성택 개인의 역량보다는 정부가 보증하는 제도를 더 신뢰했기 때문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북중관계는 구조적으로 상대방을 필요로 하고 경제협력도 정부간 합의에 따라 진행돼 왔다"며 "장성택이 빠진다고 해서 상호의존성이 약해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북중간 비공식적 관계의 사정은 다를 수 있다. 중국이 장성택을 북한과의 소통채널로 활용한 것은 그의 오랜 경험과 합리주의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경험부족을 상쇄하는 효과도 있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이 북한의 실력자와 관계를 맺을 때면 장성택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며 "그의 공백으로 인해 이르면 내년 초로 예상됐던 김정은의 방중 일정부터 헝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성택이 제거되면서 북한은 친중 성향의 새로운 인물로 가교를 내세워야 할 상황이 됐다.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지재룡 주중대사의 거취를 놓고 북한이 고심하는 것도 효용성을 가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장성택 실각에는 중국과의 경제관계에서 생긴 이권비리도 작용한 흔적이 보인다. 북한이 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서를 공개하면서 장성택의 죄목에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 넘기는 매국행위'라고 적시한 것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북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수출길이 막히자 중국에 공급하는 지하자원의 가격을 일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보면 지 대사 등 이권 사업에 관여된 중국 관련 북한 인사가 이른바 '장성택 일당'의 범주에 상당수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고 북측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 북중갈등이 빚어질 소지도 없지 않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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