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를 포함해 500명이 넘는 전세계 문인들이 미국 등 국가 주도의 도ㆍ감청 행위를 비판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미 국가안보국(NSA)의 개혁을 주문했다. 관(官) 주도의 무차별적 감시 활동에 대한 민간 차원의 개혁 압박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81개국 500여명의 문인들로 구성된 모임 '대중 감시에 반대하는 작가들'은 공개 서한을 통해 "국가 정보기관이 민주주의를 쇠퇴시킬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새로운 국제 헌장을 통해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위해 유엔이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 보호를 규정하는 '국제 디지털 권리장전' 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가 권력의 감시는 사적 공간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상과 견해의 자유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보기관이 수백만 명의 디지털 대화를 들여다 봄으로써 이들 모두가 잠재적 용의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 서한에는 오르한 파묵(터키) 존 맥스웰 쿠체(남아공) 엘프리데 옐리네크(오스트리아) 귄터 그라스(폴란드)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스웨덴) 등 5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참여했다. 또 이들 외에 움베르토 에코(이탈리아) 마가렛 애트우드(캐나다) 돈 드릴로(미국) 아룬다티 로이(인도) 등 다수의 유명 작가들도 함께했다.
이 공개 서한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에도 전달될 예정이다. 서한에 동참한 이언 매큐언(영국)은 "기술의 발달로 정부 기관은 조지 오웰(소설 '1984년'의 작가)도 놀랄만한 감시 수단을 갖게 됐다"며 "우리는 테러로부터 보호받아야 하지만 이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8곳의 글로벌 IT 기업들도 '정부 감시활동 개혁 그룹'을 결성하고 미국 정부를 향해 감시활동 개혁을 주문했다. 그룹에 참여한 기업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NSA가 주도하는 정부의 감청활동 방식이 시민의 기본권은 물론 인터넷의 신뢰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며 "정부 감시활동에 신속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기업들은 특히 정부 요구로 고객 관련 정보를 제출한 경우 제공 건수와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트위터, AOL, 링크드인, 야후 등 8개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일간지에 서한 전문을 실었다. NYT는 "서로 견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IT 업체들이 손을 잡고 한 목소리를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X박스 라이브' 등 유명 온라인 게임도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중앙정보국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문건에 따르면 NSA와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는 각각 캐릭터와 계정을 만들어 온라인 게임 사찰 작업을 했다. NSA는 문건에서 "사용자들이 익명으로 통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해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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