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알리기까지가 너무 힘들다. 기분 좋게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신발이 두 짝 한 세트인 건 어린아이도 알 일. 하지만 두 짝 아닌 세 짝을 한 세트로 팔아 대박을 낸 패션잡화 브랜드 '블랙마틴싯봉'의 '론니슈즈'가 나오게 된 배경은 간단했다. 브랜드 홍수 속 이목을 끌 만한, 기억에 남을 제품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한 짝 씩 팔려고 했어요. 알아서 조합해서 두 개를 사 가는 방식이죠. 하지만 오른쪽 또는 왼쪽 신발만 다 나갈 수 경우 재고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그럴 바에야 그냥 세 짝을 주자고 결정했지요."
이 신발의 인기는 요즘 폭발적이다. 지난달 1일 '1+1'고객 감사 행사를 진행한 블랙마틴싯봉은 공식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고, 홍대 등 직영점 매장 앞이 긴 줄로 장사진을 이뤘다. 11월 1일과 1월 11일은 신발 3짝을 나란히 둔 모양과 같다고 해 회사가 정한 연중 2번뿐인 행사 기간이다.
김대환(37) 슈페리어홀딩스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인기비결을 묻자 "좀 독특한 컨셉트 와 그게 프랑스 명품 디자이너 출신의 세컨드 브랜드라는 점, 10만원 안팎의 합리적인 가격이 조화를 이뤄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답했다.
골프의류 'SGF슈페리어'로 알려진 패션기업 슈페리어는 2011년 말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마틴싯봉'의 한국판권을 인수, 지난해 5월 기본 두 짝에 오른쪽 신을 하나 더 줘 짝짝이로도 신을 수 있는 플랫슈즈를 선보였다. 이름은 '오른쪽이 혼자 있어 외롭지 않겠느냐'는 말 그대로 '외로운 신발'(론니슈즈ㆍlonely shoes)로 지었다.
김 대표를 포함 2명으로 시작한 이 단출한 브랜드는 백화점 구두 상품기획자(MD)의 눈에 띄어 현재 롯데백화점 23곳에 입점하는 등 현재 온ㆍ오프라인 매장 35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더니, 올해에는 매출이 3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대세를 이어가기 위해 내년에는 왼쪽 신발을 한 짝 더 주는 'L시리즈'도 나온다. 오른쪽 신발을 한 짝 더 받은 기존 고객이 L시리즈를 구입하면 총 6짝이 돼 무려 9가지 조합으로 짝짝이 신을 신을 수 있다.
사업초기엔 해프닝도 많았다. 우선 신발을 세 짝 준다는 자체를 고객들이 납득하지 못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구매하신 고객 중에는 한 짝이 더 왔다며 반품하는 사람부터 샀는데 잘못 가져갔다며 매장으로 돌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며 "일일이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립 40년이 넘은 슈페리어는 골프선수 최경주 후원사로도 유명했다. 골프웨어 특성상'젊잖은 이미지'가 강한데, 2세 경영인인 김 대표의 톡톡 튀는 '역발상'경영철학이 변화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의 슈페리어는 좋게 표현하면 '안정적', 나쁘게 말하면 '구태의연'에 가깝다. 20년간 1등을 했던 브랜드가 단 5년만에 사라질 수 있듯이 변화만이 생존의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해외진출도 추진 중이다. 올 2월 마틴싯봉의 52개국 세계 판권을 모두 인수한 슈페리어홀딩스는 내년부터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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