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잇따른 부적절한 발언과 이에 대한 끊임없는 말꼬리와 트집 잡기로 정작 입법과 예산안이라는 국가 중대사가 볼모로 잡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국회에서 주기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여야가 매번 정략 차원에서 사안을 부풀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대선 불복 선언'에 이은 같은 당 양승조 최고위원의'선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발언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는 여권의 모습은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두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고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까지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양 최고위원 발언은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막말 수준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장 의원 발언 직후 민주당 지도부가 "장 의원 성명은 개인 생각으로 당 입장과 다른 의견을 공개 표명한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신속하게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음에도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속내가 의심스럽다"며 대선불복으로 몰아갔다. 양 최고위원 발언이 알려진 이후에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눈물까지 보이며 "위해를 선동하는 발언"이라며 비판의 선봉에 섰다.
대치국면에서 민생국회를 고리로 수시로 국회 일정 보이콧을 벌이던 민주당을 줄곧 압박하던 여당은 가까스로 정상 가동된 국회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막말' 공세에 열중했다. 이 바람에 가뜩이나 촌각을 다투는 예산안 및 민생법안 처리가 일시적이나마 브레이크가 걸리는 일이 빚어졌다. 지난 7월 박 대통령을 겨냥한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鬼胎ㆍ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 발언 파문 때도 새누리당은 이틀 동안 국회 일정을 취소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과 관련한 야당의 돌출발언만 나오면 국회를 스톱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강경자세로 돌변한다. 이러다 보니 "새누리당과 청와대 인사들은 국민이 우선인지 대통령이 우선인지 모르겠다" 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상대의 약점잡기에 치중하고 국회 발목을 잡기는 민주당도 매한가지다. 최근 여야 대치정국 당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퇴 연계를 조건으로 내건 게 대표적인 예다. 특정 후보자의 약점을 빌미로 낙마시키려 다른 후보자 인사를 지연시키는 일은 명분도 없고 전례도 없는 경우다. 잘못된 전략을 시정하기는커녕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임명동의안 처리가 보름간이나 지연됐다.
이처럼 여야가 모두 특정사안을 이유로 본분을 걷어차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은 상대를 타도 대상으로 여기는 대결적 자세에 기인한 측면이 많다. 이러다 보니 관용으로 넘어가거나 쓴소리 한마디로 되갚고 말 문제도 본연의 일까지 제쳐두면서 사생결단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본말전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비정기적으로 관행화 돼 있는 여야 원내지도부간 만남을 상설화해 현안이 터졌을 때 극단적인 대치로 치닫지 않도록 조정을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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