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8,448명(4.7%)인 여군 인력을 확대해 국방 운영을 선진화하겠다는 군의 방침과 달리 일선 부대에서는 여군을 걸림돌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런 인식을 깨뜨리지 않는 한 여군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여군 86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2%는 '군 지휘관 등 상급자가 여군보다 남군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고, '여군이 자기 부서에 배치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한 이도 57%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11.9%는 '직접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동료 여군의 성희롱 피해를 듣거나 목격했다'고 한 이들은 절반 가까이(41.3%) 됐다.
여전히 여군을 '번거로운 존재'로 여기는 수준이어서 여군을 통해 군 전력을 높이겠다는 선진국과 괴리가 너무나 크다. 대위로 전역한 동부산대 부사관과 이지연 교수는 "현대의 전쟁방식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력만을 전투력의 핵심이라고 여기며 여성의 존재가 전투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 조직의 바닥에 깔린 남성우월주의적 사고는 뿌리가 깊다. 여군 대상 성범죄에 얼마나 관대한가만 봐도 알 수 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여군 대상 성범죄자를 군사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비율이 87.5%에 달했다. 군사법원도 가해 남성에게 온정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많은데다, 부대장에게 부하직원이 받은 형량의 절반까지 줄여줄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 군 내에 성희롱방지위원회를 두고 사고가 일어나면 재판에 회부해 엄격히 대응하는 대만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대만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샤오메이친(蕭美琴) 민주진보당 의원은 "여군 확대를 위해선 양성평등인식을 높이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별 대신 개인의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입대를 희망하는 여성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만은 군 성별평등위원회에서 신병 때부터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한다. 대만의 여군 비율은 7% 수준이며, 올해 상반기 대만 국방부가 직업군인으로 선발한 2,464명 가운데 45.3%인 1,116명이 여성이었다.
타이베이=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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