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랜디 셰크먼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 버클리) 교수가 네이처, 셀, 사이언스 등 국제 유명 학술지가 과학 연구 분야를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셰크먼 교수는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유명 학술지가 어떻게 과학을 망가뜨리는가'라는 글을 통해 "네이처, 셀, 사이언스 등은 잡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연구 논문보다는 (언론의) 눈길을 끌만한 자극적인 논문을 주로 싣고 있다"면서 "유명 학술지에 논문이 실려야 교수직이나 연구비 지원 등을 얻어낼 수 있는 과학자들로서는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할 수밖에 없어 결국 과학 분야의 연구가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셰크먼 교수는 또 유명 학술지들이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과학자들의 논문을 제대로 실어주지도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크먼 교수는 "유명학술지는 희소성을 위해 잡지에 게재하는 논문 숫자를 인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한정판 핸드백이나 의류를 판매하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비난했다.
셰크먼 교수는 논문이 학술지에 인용되는 횟수로 그 연구 가치를 평가하는 '논문인용지수'(impact factor)도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셰크먼 교수는 "논문이 자주 인용되는 것은 내용이 그만큼 좋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단지 자극적이어서 일 수도 있다"며 "연구비 지원 등에 있어서 논문인용지수가 중요하게 평가돼 결국 과학 분야 연구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셰크먼 교수는 "과학계가 이들 학술지의 폭정(tyranny)를 반드시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셰크먼 교수는 자신부터 앞으로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싣지 않겠다고 밝혔다.
필립 켐벨 네이처 편집장은 세크먼 교수의 주장에 대해 "논문이 인용되고 언론에 소개되면서 결론적으로 영향력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네이처 편집인들이 그런 것들을 기준으로 논문을 선정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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