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숙청 과정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권력 2인자이자 김정은 체제 구축의 1등 공신이었던 장성택의 급작스런 몰락 사실보다 북한 정권이 왜 이런 야만스러운 방식으로 장성택을 내쳤는지가 관심사다. 장성택과 김정은 사이에 외부에서 알지 못한 심각한 권력투쟁이 있었는지, 아니면 1인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형적인 '2인자 제거'였는지 당국이 앞으로 면밀히 파악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은 그제 아침 조선중앙TV를 통해 장성택에 대한 20여가지 죄목을 열거한 뒤 직위해제, 당에서의 축출 및 제명을 발표했다. 장성택 같은 최고위급 인사를 숙청하면서 죄목까지 낱낱이 공개한 것은 김일성 1대 유일체제 이후 전례가 없던 일이다. 지난해 7월 군부 2인자인 리영호 총참모장의 경질 때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고 짤막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장성택이 당 정치국 확대회의장에서 군복을 입은 보안원들에게 끌려나가고, 측근인 박봉주 내각총리를 비롯한 실세들이 연단에 나와 장성택을 비판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전날 이미 그의 숙청을 확정한 정치국 결정서가 채택된 마당에 이날 수백명이 모인 회의장에서 공개 체포한 것은 인민재판이자 공포정치로 밖에 볼 수 없다. 조선중앙TV가 일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전국규모의 방송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에게 보내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모골이 송연한 장성택 제거 방식을 볼 때 여파는 쉽게 끝나지 않을 듯 하다. 그가 40여 년에 걸쳐 권력의 핵심에 이르는 과정에서 곳곳에 포진해 있는 추종세력은 수만 명에 달한다. 대대적인 숙청 광풍이 예상된다. 벌써 김정은의 비자금과 외화벌이를 담당한 인민군 상장(중장)이 중국에서 망명을 요구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북중 경협을 담당한 중국 내 장성택 세력의 망명 러시도 우려된다고 한다. 당장 최측근인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거취도 주목된다.
이제 서른살에 불과한 김정은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엄중한 대북 관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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