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대구 계명대에서 열린 중소기업 채용 면접실. 기업 관계자 5명이 구직자 5명과 마주 앉았다. 여기까지는 여느 기업의 채용과정과 비슷한 광경. 하지만 인력을 뽑겠다고 나선 기업 관계자 5명은 모두 다른 회사의 인력채용 담당자였다. 이날 면접에 응한 125명의 구직자는 단 한번으로 5개 회사와 면접 시험을 치르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이 올해 처음으로 추진한 '취업 오디션'은 이렇게 진행됐다. 업종 및 직무가 유사한 3~5개 회사를 묶어 5명의 지원자가 동시에 면접을 진행하는 '다(多) 대 다(多) 면접'이라는 신개념 구인ㆍ구직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인지도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좋은 인재들을 고를 수 있고, 구직자는 한 번에 3~5개 회사의 면접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이라는 평가다.
내실 있고 성장성도 충분하지만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직시장에서 외면 받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취업 오디션이 고안됐다. 문형찬 신보 기업지원부 차장은 "범람하는 취업 박람회에서 중소기업은 부스를 차려놓아도 찾는 이들은 하루에 겨우 3, 4명뿐이더라"며 "발전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구직자들에게도 좋은 직장을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보는 지난달 1일 구인구직사이트 '잡클라우드'를 개설했다. 여기에는 23만여 보증 기업 중에 엄선한 기업들의 정보와 함께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 퇴직인력의 중소기업 채용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담았다. 70여 곳의 대학 및 특성화고와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구직자들의 정보도 담아 기업들이 직접 연락을 취해 선별할 수 있도록 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 대구 광주 대전 부산 등에서 잇따라 개최한 취업 오디션에는 122개의 기업과 구직자 938명이 참여했다. 이중 결과가 집계된 서울과 대구, 온라인에서만 230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신보는 오디션을 통해 400명 안팎의 구직자가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보 관계자는 "내년에는 참여 기업 수와 구직자 풀도 늘려 취업 오디션을 대표적인 구인ㆍ구직 행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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