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공개 이후 즉각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장성택 숙청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 주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서는 한편, 김정은 1인 지배체제의 당위를 강조하며 충성을 독려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4면 전면을 할애해 장성택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일반 주민들의 의견을 전했다. 신문은 "장성택 해임을 결정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이 전체 당원과 주민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의 열관리공 리영성은 "눈에서 불이 펄펄 나고 치가 떨려 견딜 수가 없다. 당장이라도 장성택과 그 일당의 멱살을 틀어잡고 설설 끓는 보이라(보일러)에 처넣고 싶다"며 분노했다. "한 놈도 남김없이 전기로 속에 몽땅 쳐 넣고 흔적도 없이 불태워버려도 직성이 풀리지 않겠다"(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의 직장장 진영일) "석탄으로 활활 태워 재가루로 만들어도 시원치 않겠다"(남양탄광7갱차광수청년돌격대 대장 김철수) 는 등 거친 반응 일색이었다. 미꾸라지, 쥐새끼 무리, 짐승, 인간오작품 등 장성택과 추종자들을 깎아 내리는 비유 대상도 다양했다.
북한의 대내용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이날 김정숙평양방직공장의 지배인 민일홍을 출연시켜 "장성택 일당이 저지른 반국가ㆍ반인민적 범죄행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 중 죄악"이라고 말했다.
반면 1면에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중심이 된 일사불란한 단결을 강하게 촉구했다. 사설은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의 두리에 단결하고 단결하고 또 단결해야 하며 전당과 온 사회에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더욱더 강도 높이, 맹렬하게 벌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8일에도 김 제1위원장의 위대성을 부각하는 혁명 일화를 소개한 데 이어 9일에는 그를 찬양한 '우리는 당신 밖에 모른다'는 노래 가사를 게재하는 등 연일 김 제1위원장의 우상화와 충성 독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부여했던 '위대한 영도자' 호칭도 최근 각종 현수막과 구호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포심과 충성 경쟁을 적절히 버무린 북한의 조치는 김 제1위원장 유일영도체계의 안착을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장성택 숙청을 내부적으로 이완됐던 부분을 재점검하고 사회 기강을 재확립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특히 오는 17일 김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를 앞두고 있는 점을 감안해 북한 당국이 김정은 지배체제 완성의 극적 효과를 연출할 목적으로 내부 단속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경우와 달리 2인자가 제거됐을 때에는 정책ㆍ인적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다"며 "김정은만이 북한을 이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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