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9일 사진으로 공개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장면을 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옆에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다. 이들은 나란히 연단에 자리하고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체포되는 과정을 담담히 지켜봤다.
이날 당 정치국 확대회의는 최 총정치국장과 김 보위부장이 향후 김 제1위원장 체제에서 장성택의 빈자리를 대신할 신 권력의 중추로 등장한 사실을 확인한 자리였다. 정부 당국자는 "장성택 숙청을 통해 2인자의 폐해를 체감한 김정은이 최룡해와 김원홍을 투톱으로 내세우되, 서로를 견제하는 구도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룡해와 김원홍은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는 두 개의 신진 엘리트 그룹을 대표한다. 최룡해가 전ㆍ현직 고위간부 자제 부류를 이끈다면 김원홍은 보위기관 인사들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두 사람은 권력 기반 및 진입 과정도 다르다. 최룡해는 항일빨치산 운동 1세대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식 선언한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지방 책임비서(황해북도)에서 일약 권부 핵심에 발을 들여 놓았다. 지난해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는 민간인 출신임에도 군 총정치국장에 발탁되며 '군부에 대한 당적 통제'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년간 군부 핵심요직(인민무력부장, 총참모장, 작전국장)의 얼굴이 4차례나 바뀌는 와중에도 그는 굳건히 자리를 지켜 김 제1위원장의 신임을 반영했다.
김원홍은 김정일 시대에도 군 대장과 당 군사위 위원, 보위사령관(우리의 기무사령관) 등 군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속칭 김 제1위원장의 '아미산 줄기' 인맥으로 분류된다. 아미산 줄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양 아미산 55호 관저를 중심으로 호위사령부, 보위부, 인민보안부 등 주민 사찰을 담당하는 핵심 보안기관들이 집결돼 있어 붙여진 이름. 김원홍은 김 제1위원장이 후계자 시절 아버지의 선군정치와 대별되는 정보정치를 표방하며 보안기관 강화에 공을 들이면서 지난해 4월 1987년 이후 공석이었던 보위부장 자리를 꿰찼다.
권력의 무게 중심은 장성택의 권력, 특히 그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경제정책의 실권이 누구에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다만 장성택 및 당 행정부의 기능을 특정 세력에게 맡기지 않고 김 제1위원장 직속 기관인 당 조직지도부가 흡수한다면 권력의 쏠림현상 없이 김정은 유일체제는 더욱 탄탄한 기반을 갖출 것이란 분석이다.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성택 숙청을 통해 '북한에는 영원한 2인자'는 없다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에 최룡해나 김원홍도 권력에 걸림돌이 된다면 가차없이 제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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