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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기적처럼 다가왔죠, 뮤지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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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기적처럼 다가왔죠, 뮤지컬이…"

입력
2013.12.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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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노래들은 적지 않은 청춘을 키워냈다. 그의 울림 탓인지, 아니면 눈이 녹듯 스러진 운명 때문인지, 그를 소비하며 젊음을 보낸 이들은 우리 곁에 수없이 머물러 있다. 언젠가 그를 만나면 갚아야 할 것 같은 차용증을 품은 채 중년을 맞은 이들은 노래가 아닌 다른 길에서라도 김광석을 꾸준히 만나고 싶어한다.

16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광석의 노래들로 꾸민 뮤지컬 '디셈버'를 무대에 올리는 제작사 뉴(New)의 김우택 대표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영화'7번방의 선물', '반창꼬', '변호인' 등을 제작ㆍ 배급하면서 영화계의 실력자로 자리한 김 대표가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말하는 뮤지컬 '데뷔기'를 들어봤다.

"자꾸 운명이란 말을 하게 돼요. 지난해 작은 음악회사를 인수했는데, 마침 그 회사가 김광석 음원 유통을 하고 있었죠. 김광석 노래로 이뤄진 뮤지컬을 하고 싶었는데, 이미 판권자가 다른 대기업과 일을 진행 중이었어요. 혹시 일이 달라지면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기적처럼 저에게 기회가 왔죠."

김 대표는 영화계에선 '마이다스의 손'이란 말을 들을 정도지만 뮤지컬에는 '초짜'이다. 스스로 "뮤지컬을 알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수많은 대작이 무대에 올라 "연말 서울은 브로드웨이와 다름없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인 요즘, 최고의 뮤지컬 스타 김준수와 박건형을 더블 캐스팅으로 챙기고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대관한 그를 그냥 운이 좋은 제작자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지난해 늦여름 '디셈버'를 만들기로 하고 장진 감독에게 전화했어요. 스토리라도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처음엔 어렵다더군요. 그런데 제가 갖고 있던 김광석 시디들을 주고 '하루만 듣고 내일 얘기하자'했더니 다음날 바로 하겠다는 답을 줬어요. (김)준수는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만났어요. 제가 생각한 뮤지컬의 원칙들을 이야기하자 덥석 '하겠다'는 거에요, 일면식도 없었는데. 직원들에게 알리니까 난리가 났죠."

'디셈버'에는 미발표 2곡을 포함해 김광석의 노래 24곡이 나온다. '12월'이란 가제가 붙은 김광석의 미발표곡은 김준수의 목소리로 세상을 처음 만난다. 40대의 감성과 어울리는 김광석을 20대 젊은이가 무대로 옮겨놓으려니 아무래도 덜컥거리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김준수의 팬 층과 김광석의 팬이 일치하지 않는 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노래는 기본이지만 창작 뮤지컬은 드라마의 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진 감독과도 이런 우려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합니다. 스토리가 잘 잡힌 극인만큼 관객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하려고요. 김광석을 잘 모르는 젊은 배우들이 당장 그의 감성을 똑같이 재연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그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압니다."

김 대표는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가이다. 뮤지컬 내수시장이 넘쳐 너도나도 아시아 진출을 꾀하는 지금, 굳이 발을 담그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는 "시장의 성격이 바뀌는 터닝포인트가 곧 닥칠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에선 '쉬리'가 바로 그 터닝포인트였어요. '와, 이런 영화를 이제 우리도 만드는구나' 하면서 이때를 기점으로 작품성이 뛰어나다면 한국영화도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죠. 한국 뮤지컬 중에서도 이런 작품이 나올 때가 됐어요. '디셈버'가 바로 그 작품이면 더 좋고요."

김 대표는 '디셈버'가 비록 성공하지 못해도 유익한 디딤돌이 된다면 만족할 것이라 말한다. "영화도 그랬고, 항상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곤 했어요. 우리가 가진 원칙과 생각이 변함 없다면 설사 실패를 해도 많이 배우겠다는 믿음이 있어요. 아직 뮤지컬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 만큼 할 수 있는 게 역시 많기 때문에 신이 납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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