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입원 일수를 줄인다고 해서 당장 병원에 이득이 되진 않는다. 이런 치료 방식에 적용되는 수가(진료비)나 보험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병원 입장에선 비용과 인력이 더 필요하다. 사회복지사나 임상심리사 등이 여럿 상주해야 하고, 상담이나 교육 공간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환자가 외부를 드나드는 만큼 의사나 간호사가 더 신경 써야 하는 데다 입원 일수가 적으면 그만큼 병실 사용료가 줄어든다. 수가가 정해져 있는 국내 의료 환경에선 정신병원들이 이런 변화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일부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개방 병동이나 사회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입원 일수를 줄이는 까닭은 분명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수 차례 재발로 입ㆍ퇴원을 반복하다 만성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끓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병원이 늘수록 정신질환 의료비 역시 궁극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많은 병원이 동참하게 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선 치료 개념부터 달라져야 한다. 환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과정 역시 치료의 일환으로 인식돼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증상 보고 약 주는데 그치는 진료와 처방부터 사회 적응까지 모두 돌보는 진료에 같은 가치를 매겨선 안 된다고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의료비를 나라에서 지원 받는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들에게는 좋은 약도 사회 적응 프로그램도 모두 '그림의 떡'이다. 약값을 포함한 하루 진료비가 2,770원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의 60~75%에 불과하니 환자는 최신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고, 병원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독 정신질환에만 이 같은 정액제가 적용되는 건 부당하다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지역별 정신보건센터와 정신병원 간 연계도 필요하다. 자체 인프라가 부족한 병원에선 어느 정도 회복된 환자들을 퇴원 후 지역 정신보건센터로 보내지만, 그 뒤부턴 환자 상태를 알 길이 없다. 센터 도움을 잘 받고 있는지, 증상이 나빠졌는지 환자가 다시 내원하기 전까진 모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루카스병원은 병원 근처 정신보건센터와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고, 내년 1월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와의 연계가 확대된다면 재발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병원은 예상하고 있다.
회복된 환자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지역 사회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경기 용인시 용인정신병원은 지역 사회 일터 10여 곳과 연계해 결원이 생겼을 때 회복된 환자를 추천해준다. "처음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고용주들도 점차 환자들의 성실함을 인정한다"고 병원은 전했다. 이 같은 도움을 받는 환자들은 그러나 아직 극소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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