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여야가 민주당 양승조 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면서 국회는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특히 새누리당이 두 의원을 발언을 문제 삼아 이례적으로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반 나절 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여야는 당초 이날 오전10시 국가정보원개혁특위를 열어 국정원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직전 특위 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은 "특위를 바로 가동하기에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특위 무기연기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보이콧 배경을 묻는 질문에 "양승조, 장하나 의원의 발언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예산안 심사 거부'라는 강수로 맞서면서 국회 파행 위기감이 감돌았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간사 최재천 의원은 "국정원개혁특위가 진행되지 않으면 예결위도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고 연계전략을 들고 나선 것이다.
오후2시 여야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의사 일정 정상화가 전격 합의되면서 국회 전면스톱의 파행은 겨우 면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보이콧을 거둬 들였고 국정원개혁특위와 예결특위는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렵사리 재개된 국정원개혁특위는 새누리당의 보이콧 여파로 무산되고 말았다.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기에는 시간이 늦은 관계로 의사일정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본회의에서는 장하나 양승조 의원의 발언을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신청해 "양승조 의원은 34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을 상기시키며 암살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민의 선진역량을 무시하는 한편, 국민을 선동하고 협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 의원의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자 민주당 측에서는 "거짓말하지 마세요" 등의 항의성 고함이 터졌고 새누리당 측에서는 "조용히 해"라며 맞받아쳤다.
정치권에서는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집권 여당이 국회 보이콧 카드를 들고 나온데 대한 비판론이 제기됐다. 수도권지역의 한 여당 의원조차 "두 의원의 발언은 분명히 과한 측면이 있었지만 여권의 과도한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오히려 여론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12월 임시국회 일정에 합의하고 예산안과 여야 의견이 맞서는 쟁점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민주당 두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ㆍ제명'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야의 크고 작은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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