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 올 시즌 세이브왕에 오른 넥센 손승락(31ㆍ46세이브)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전날 한국 프로야구 OB 모임인 일구회가 주는 최고의 투수상을 받았지만,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에 대한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손승락은 “오늘 아침에 정명원 코치님께 전화가 왔다. 코치님이 ‘승락아, 넌 충분히 받을 자격이 된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말을 들으니 날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정 코치는 지난 1994년 태평양 시절 50경기에서 4승2패, 40세이브(평균자책점 1.50)를 올리며 마무리 투수로는 드물게 골든 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공교롭게 정 코치 이후 단 한차례도 마무리 투수의 황금 장갑 수상이 나오지 않았고, 손승락은 이번에 배영수(삼성ㆍ80표) 세든(SKㆍ79표) 찰리(NCㆍ41표) 등을 제치고 19년 만에 마무리 투수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효표 323표 중 97표(30%)를 얻었다.
무엇보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 ‘끝판왕’ 오승환(31ㆍ한신)도 못 이룬 꿈을 손승락이 실현했다. 오승환은 2006년과 2011년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인 47세이브를 올렸지만 모두 수상에는 실패했다. 2006년에는 ‘괴물 신인’ 한화 류현진에게, 2011년엔 4관왕을 달성한 KIA 윤석민에게 밀렸다.
손승락은 올 시즌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46세이브를 쌓고 압도적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리그 전체적으로 위력적인 선발 투수들이 보이지 않은 가운데, 팀이 올린 72승 중 46경기나 승리를 지켰다. 결국 손승락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당연했다. 정 코치가 직접 말했듯 ‘자격’이 충분했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