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자취를 감춘 용병 타자가 3년 만에 등장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각 구단 외국인 선수 출전 인원을 현행 ‘2명 보유 2명 출전’에서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KBO는 투수와 야수로 구분해 한 포지션에 보유 인원 전원을 등록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미 각 구단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두산이 지난 9일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 출신 오른손 거포 호르헤 칸투(31)와 계약한 데 이어 막내 구단 NC도 10일 왼손 장타자 에릭 테임즈(27) 영입을 확정했다. 현재 휴스턴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테임즈는 빅리그 통산 두 시즌 동안 타율 2할5푼 21홈런 62타점을 올렸다. 넥센은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뛴 비니 로티노(33)와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고, 한화는 메이저리그 출신 왼손 외야수 펠릭스 피에(28)와 협상 중이다. 다른 구단들 역시 영입 리스트를 추려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똘똘한 용병 타자 승리 보증수표
1998년 용병 제도 도입 이후 타자는 실패 사례가 많았지만 똘똘한 선수 하나만 잘 뽑으면 바로 ‘승리 보증수표’가 됐다. 선발 투수와 달리 야수는 전 경기 출전이 가능한 만큼 방망이와 수비력, 야구 센스까지 갖춘 타자들이 각광을 받았다. 1998년 스콧 쿨바(전 현대), 1999년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2000년 탐 퀸란(전 현대) 등이 대표적인 경우로 팀의 한국시리즈 정상을 이끈 주인공들이다.
먼저 용병 타자와 계약한 두산과 NC만 봐도 공격은 기본에 수비까지 봤다. 전성기 시절 탬파베이의 주전 2루수였던 칸투는 1루수, 3루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데뷔 후 줄곧 외야수로만 뛰었던 테임즈는 NC 측에서 1루 수비 가능 여부를 묻자 가능하다는 대답을 했다. 넥센 입단이 유력한 로티노 역시 본래 포지션은 3루수지만 최근에는 주로 외야수로 출전했고, 1루 수비도 가능하다.
▲홈런 30~40개는 기본 로또형 거포
용병 타자 가운데 최고 스타는 타이론 우즈(전 두산)다. 1998년부터 5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우즈는 통산 174홈런 510타점을 남겼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를 싹쓸이하는 한편 이승엽(삼성)과 화끈한 대포 대결을 펼쳐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했다. 클리프 브룸바(전 히어로즈)와 카림 가르시아(전 롯데), 로베르트 페타지니(전 LG)도 화끈한 방망이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대표 용병들이다.
확실한 거포가 없는 팀들은 ‘제2의 우즈’ 찾기에 한창이다. 홈런 30개 이상을 때려주는 ‘로또’가 터지길 바라며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는 홈런에 목말라 있다. 2011년 이대호의 44홈런 이후 40개 이상을 때려낸 타자가 없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네덜란드 출신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가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인 60홈런을 쏘아 올릴 때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만 봐야 했다. 이런 이유들이 용병 타자 부활을 부추겼다. 올해 37홈런을 친 홈런왕 박병호(넥센) 역시 “용병 타자와 대결이 기대된다”고 했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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