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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영등포 쪽방촌의 변신… 철기둥·화재감지기… 이젠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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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영등포 쪽방촌의 변신… 철기둥·화재감지기… 이젠 안전!

입력
2013.12.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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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영등포구 4가 426번지에 조성된 영등포 쪽방촌 일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인데도 여기저기서 이삿짐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이날 입주한 10여 가구는 서울시가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사업' 2기 대상자 130가구 중 일부로 나머지 가구는 연말까지 입주가 예정돼 있다.

주민 김창욱(46ㆍ가명)씨는 점심도 굶어가며 일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김씨는 "8개월 만에 전에 살던 공간으로 들어가게 돼 기쁘다"면서 "집의 천장이나 화장실, 복도가 전부 새 것으로 바뀌어 마치 이사를 한 기분"이라며 웃었다.

1,2층 건물로 이뤄진 영등포 쪽방촌 일대에는 현재 41개 건물 총 441개 쪽방이 밀집해 있다. 이 쪽방촌을 이용하는 주민들만 약 500여명. 이중 절반 이상인 289명이 기초생활수급자다. 하루하루 일해 한달 임대료 22만원 가량을 채우기도 버거운 이들의 주거지는 늘 위험에 노출돼 왔다. 김씨 방이 있는 건물만 해도 리모델링 이전에는 천장이 움푹 꺼져 지붕이 무너질 듯 했다. 김씨는 "건물의 축대가 모두 나무로 돼 있는데다 층간을 떠받치는 구조물이 낡아 2층에 성인 3명만 한자리에 있으면 곧 무너질 듯 위험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살던 방의 크기는 고작 가로ㆍ세로 각 1.8mㆍ2.5m 남짓이다. 리모델링을 해도 쪽방 크기가 늘어나지는 않지만 김씨가 싱글벙글 하는 이유는 화재와 전기합선, 추위로부터 안전하게 변모했기 때문이다.

수도꼭지조차 없던 화장실에는 샤워 시설이 설치됐고, 음침했던 복도의 벽과 바닥은 하얀색 타일과 페인트칠로 한층 밝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낡아 허물어질 것 같던 목조 기둥도 전부 철재 기둥으로 교체됐다. 건물 안 통로에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던 전선줄은 재능기부에 나선 건축가들의 손을 거쳐 이제는 벽면 안쪽에 가지런히 놓였다. 각 방마다 화재감지기와 화재 시 자동으로 불을 꺼주는 자동확산소화기도 구비됐다.

쪽방촌 리모델링사업은 2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첫날 가장 먼저 이곳을 찾으며 기획됐다. 박 시장은 영등포 쪽방촌을 리모델링 해 화재나 추위로부터 안전하게 하라고 지시했지만 시나 구청이 무허가 건물 리모델링을 주도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작년 초 재능기부 건축사들과 자원봉사자 30여명이 구성되며 활로가 트였다. 이들과 함께 일부 쪽방촌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돼 현재까지 시비 11억원을 들여 총 225가구 쪽방의 리모델링이 완료됐다. 2015년이면 나머지 216가구에 대한 리모델링도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리모델링사업 추진단장을 맡은 재능기부건축가 한영근 대표는 "건축은 돈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조금 열악한 분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며 "이분들의 주거 공간에 위험요소가 상존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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