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은 지난 6일 서춘관 기아차 국내마케팅 실장을 강사로 초청했다. 제목은 '기아차 올 뉴 쏘울의 마케팅 전략.' 대상은 MBA과정 대학원생들이었다.
카이스트가 기업의 CEO가 아닌 실무자급을 초청, 특정기업 특정제품의 마케팅전략을 연구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 그만큼 올 뉴 쏘울의 마케팅이 독특하면서도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10월 출시된 올 뉴 쏘울은 확실히 마케팅자체가 파격적이었다. 통상 자동차 마케팅이 속도 연비 같은 성능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올 뉴 쏘울은 컬러와 디자인을 부각시켰는데, 그런 신개념 마케팅이 대중들에게 어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단에 선 서 실장은 "스펙만 좋으면 좋은 차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쏘울을 경험하고 진정한 상품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했다"며 마케팅 전략의 기본 방향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이날 소개된 마케팅 전략 중 올 뉴 쏘울 론칭 광고에 대해 특히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일반인 1,000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꾸며진 이 광고 속에는 백화점 탈의실에서 같은 디자인과 색상의 옷을 입고 나온 두 여성이 서로의 옷을 보며 마뜩잖은 표정을 짓는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77%의 당신은 타인과 똑같은 건 못 참는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광고카피로 활용했다. 외장, 루프, 휠커버 등을 각기 다른 색으로 꾸며 총 594가지의 컬러조합이 가능한 올 뉴 쏘울의 특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식ㆍ음료업계에서 자주 활용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자동차업계 처음으로 도입, 그 과정과 결과를 '탈거리 X파일'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으로 제작한 점도 흥미로웠다. 8분짜리로 제작된 이 동영상 속에서 기아차 마케팅팀은 일반인 150명을 대상으로 브랜드 노출 없이 미니 쿠퍼와 올 뉴 쏘울의 인테리어를 비교토록 했다. 그 결과 '올 뉴 쏘울'을 수입차로 속인 A실험에서는 89%가, 국산차라고만 밝힌 B실험에서는 74%가 쏘울의 디자인을 선택했다. 이 동영상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후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는 등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 실장은 "쏘울이 미니를 제친다는 것에 우리 자신도 놀랐다"면서 "브랜드 파워가 아닌 실제 결과물로 얼마든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에서는 쏘울 1세대와 2세대 개발 스토리를 다룬 '쏘울 브랜드 북', 잡지와 카탈로그를 합해 잡지를 보는 것처럼 쉽게 차량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쏘울 매가로그(Magalog)' 등 올 뉴 쏘울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소개됐다.
이날 강의를 기획한 윤여선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동차 같은 내구재에 컬러를 강조하는 마케팅자체가 파격"이라며 "기본적인 상품 특성에 객관화된 수치를 더한 마케팅 전략이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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