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ㆍ반혁명 종파주의 죄목 등으로 현장 체포된 사실이 9일 드러났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3시쯤 전날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인민복을 입고 자리에 앉아있던 장 부위원장이 군복을 입은 인민보안원 2명에게 끌려나가는 사진을 내보냈다. 북한이 고위인사의 죄목과 체포 사진을 공개한 것으로 극히 이례적이며 1970년대 이후 이런 숙청 과정이 공개된 적이 없다. 방영된 조선중앙TV 화면을 통해 김기남 당비서, 박봉주 내각총리 등은 장 부위원장을 공개 비판했으며, 특히 장 부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박 총리는 토론석상에서 눈물을 흘리며 비판하는 모습도 잡혔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6시쯤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를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8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 부위원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당으로부터 출당·제명시키는 정치국 결정서가 채택됐다고 보도했다. 결정서는 최고 권력자와 북한 주민에 대한 장 부위원장의 죄목을 담은 내용으로 A4용지 4장에 달한다. 지난해 7월 군부 2인자인 리영호 총참모장을 경질하면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고 짤막하게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결정서는 "장성택 일당은 당의 통일단결을 좀 먹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ㆍ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하고 강성국가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 막대한 해독을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요 혐의내용을 적시 했다. 특히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 "유일적 영도를 거세하려 들면서 분파책동으로 자기 세력을 확장하고 감히 당에 도전해 나서는 반당ㆍ반혁명 종파사건" "당의 방침을 공공연히 뒤집어엎던 나머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하였다"는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이로 볼 때 장성택 부위원장의 주도로 '정변' 수준의 사건이 일어났거나 김정은 체제에 도전하는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대대적인 숙청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어 당과 인민에 대해서는 "국가재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또 "부정부패를 일삼고,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를 가졌으며, 마약을 쓰고, 도박장을 찾아 다니며 외화를 탕진했다"면서 장 부위원장의 개인 비리를 가감 없이 적시해 처벌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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