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라는 공식 기구를 거쳐 그의 해임과 출당을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국가 중대사를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관행은 김정은 체제에서 새롭게 나타난 특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섣부른 감은 있지만 시스템에 의한 결정을 공식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7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후견인이자 군부 실세인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모든 직위를 박탈할 때에도 당 정치국 회의를 개최했다. 또 올해 1월에는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이) 실제적이며 강도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단호한 결심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는데, 3차 핵실험을 암시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실제 북한은 2월 실험을 강행했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자리가 북한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 불리는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였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당 규약 및 헌법 개정을 계기로 당 회의체 복원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당 정치국 회의는 4차례,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는 2차례 개최됐다. 지난 3월 김정은 체제의 정책 목표인 '경제ㆍ핵무력건설 병진 노선'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공표했다. 대북 소식통은 "당 세포 비서대회, 전군 당 강습 지도일꾼회의 등 당 하부조직을 다지는 움직임도 두드러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식 절차를 밟는 김 제1위원장의 정책결정 방식을 1인 지배체제를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고군사령관 지위를 지닌 김정은은 영도 체계는 완성했지만, 그 밑바탕이 되는 조직, 사상, 사업 등 지도 체계는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며 "당 회의체가 지도체계 확립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통로"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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