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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구조조정 삭풍… 베이비부머 '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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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구조조정 삭풍… 베이비부머 '빙하기'

입력
2013.12.0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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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지점장인 김모(54)씨는 연말이 다가오자 걱정이 태산이다. 우선 내년 임금피크제 대상(1959년생)이라 승진을 못하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희망퇴직을 해야 한다. 운 좋게 임원으로 승진해봐야 2년 정도만 일을 더 할 수 있을 뿐, 추가 승진을 하지 않는 한 노년을 장담할 수가 없다.

김씨는 재테크 등 미래를 따로 준비하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는 "말단시절 실적만 우수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생각으로 일해왔지만 결국 한창 일할 시기에 퇴직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라며 "자식이 아직 고등학생이라 큰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증권 카드사 등에 이어 시중은행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이다. 특히 베이비붐세대(1956∼63년생)는 임금피크제 대상에 걸려 대거 희망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올 상반기 반 토막(4조2,000억원→2조7,000억원)이 난 당기순이익 때문에 점포 통ㆍ폐합, 인력 재배치 등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달 말 또는 내년 초 부행장 인사 시기에 맞물려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는 1959년생들의 희망퇴직을 받기 위해 노동조합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5세 이상 은퇴를 앞둔 은행원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2005년)한 우리은행은 대상 직원이 200여명에 달한다. 내년 초 신청을 받아 1분기 내 인원조정을 할 계획이다. 희망퇴직 시 2년치 연봉을 받고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5년간 기본 연봉의 240%를 나눠 받게 된다.

하나은행은 59년생 직원들에게 조만간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받는데,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평년의 2배 가량에 이를 전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30~40명 정도에 불과했던 희망퇴직 대상자가 올해는 베이비붐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로 80~9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2011년 800여명의 직원을 대거 구조조정 한 이후 2년 만에 희망퇴직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영업확대 전략 등을 강하게 추진할 계획이라, 주로 영업에 부담을 느낀 시니어 층이 퇴직금을 받고 퇴사하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59년생 문제가 정리되더라도 은행의 베이비붐세대 근무인원은 여전히 많다는 게 은행들의 고민거리다. 이들이 재취업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확대를 강화하며 점차 은행 밖으로 직원들을 보내는 추세라 베이비붐세대 등 시니어 층은 아무래도 짐이 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 3, 4년간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최대 두 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을 위한 적합한 일자리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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