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민주주의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모두가 마음에서 우러나 따르게 돼요.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가장 좋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위스 툰에 위치한 전차포병학교에서 만난 프란스 나거(52ㆍ사진) 제1전차여단장(준장)은 "국민 한 명 한 명이 모두 의견을 개진하는 직접민주주의 문화가 스위스의 '열린 군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강소국 스위스 사회 전반에는 오래 전부터 내려온 직접민주주의 전통이 깔려있다. 지금도 매년 3,4차례씩 국민투표를 통해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지난달 24일에는 스위스 사회민주당이 경제불평등 해소를 위해 최고 임금과 최저 임금의 격차를 12배로 제한하는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내년에는 32억 스위스프랑(약 3조7,785억원)을 들여 스웨덴제 그리펜 전투기 24대 도입을 두고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다. 전체 인구의 0.6% 수준인 5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누구든 국민투표에 안건을 올릴 수 있다.
나거 여단장은 "스위스 민병제는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면 6년간 매년 19일씩만 재입대해 군사훈련을 받는데, 군이 병사들의 자기계발이나 투명한 운영에 전혀 무관심하다면 당장 사회로 돌아간 군인들이 징병제 폐지 국민투표를 발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체제가 직간접적으로 군대 개선에 큰 압박이 되는 것이다.
학업이나 생업을 영위하면서 군 복무를 병행하는 민병제라는 점도 병사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나거 여단장은 "병사를 '군복 입은 시민'으로 여기기 때문에 군대 안에서 권위적인 면이 덜하다"며 "이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평했다.
그는 "스위스가 1798년 이후 한 번도 외세의 침략을 받지 않은 것은 작지만 강한 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급자가 자유롭게 의사를 밝히고 의견을 수렴하는 문화는 강한 군대의 밑거름이었다.
툰(스위스)=글ㆍ사진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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