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인공호흡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호흡하다 눈을 감았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남아공 일요판 신문인 선데이타임스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만델라가 숨을 거두기 직전인 5일 저녁 현 부인 그라사 마셸 여사와 이혼한 전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만델라, 장녀 마카지웨, 장손 만들라가 그의 곁에서 임종을 지켰다. 만델라가 출생한 이스턴케이프주 음베조에서 추장(전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들라는 당일 오전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요하네스버그로 돌아왔다.
만델라가 타계한 시각은 저녁 8시 50분쯤. 만델라의 임종을 지킨 한 참석자는 "가족은 매우 강했지만, 분위기는 침울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만델라와 가깝게 지냈던 반투 홀로미사 민주운동연합(UDM) 대표는 "상태가 악화했다는 연락을 받고 오후 5시 30분쯤 도착해 90여분간 만델라를 지켜봤다"며 "그게 만델라가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의전 규정에 따라 제이콥 주마 현 대통령에게 만델라 타계 소식이 알려진 뒤 만델라 가족과 가까운 친구, 정치인들이 연락을 받고 만델라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요하네스버그 하우튼 지역의 만델라 자택에 온 이들은 남아공의 광산 재벌 패트리스 모체페, 나티 음테트와 경찰부장관, 제프 하데베 법무부 장관, 노시비웨 마피소-나쿨라(여) 국방부 장관 등이다.
5일 밤 12시쯤 군에서 만델라 시신을 넘겨받으려고 만델라 자택에 도착했고 현 대통령실 사무차관인 카시우스 루비시가 시신이 인도되는 과정을 지휘했다. 신문은 한 참석자를 인용해 "마디바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자정쯤 군이 도착했을 때가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며 "군이 위층에서 시신을 수습해 내려오고, 만들라가 뒤따를 때 마디바가 떠났다는 사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만델라 시신은 남아공 국기가 덮인 관에 안치된 채 자택을 떠났고 장손 만들라가 "아, 달리붕가(만델라의 현지어 이름)"하며 만델라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애도했다.
한편 10일 요하네스버그 FNB 경기장에서 열릴 영결식과 15일 고인의 고향 쿠누에서 거행될 국장 등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찰스 왕세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전 세계 53개국의 정상과 정부 지도급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마이테 은코아나-마샤바네 남아공 외교부 장관이 전했다.
이에 따라 남아공 정부는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영결식이 열릴 FNB 경기장에는 경기장 수용인원인 9만5,000명을 넘어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남아공 정부가 국민들에게 국가 행사 대신 가급적 지역 행사에 참석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며 "각국 정상급 인사와 취재진은 물론, 역사적인 행사를 직접 보러 오는 관광객 등으로 규모가 너무 커져 자칫 불안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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