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는 "탁신 정권을 뿌리뽑겠다"며 체제 전복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9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잉락 총리는 이날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하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전격 발표했다. 잉락 총리는 "다방면의 의견을 청취한 뒤 왕실에 의회 해산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면서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새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잉락 총리는 "정부는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바라지 않는다"며 자신의 제안을 시위대가 받아들일 것을 거듭 촉구했다. 태국 정부 대변인은 "의회를 해산하면 60일 이내에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헌법에 따라 2014년 2월 2일 총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잉락 총리는 전날 자신이 사퇴하고 의회를 해산할 용의가 있다면서 반정부 시위대가 요구한 국민회의 구성 관련 국민투표를 제안했지만 시위대가 거부하자 이날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
잉락 총리의 이번 결정은 반정부 시위 지도자인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가 이날 대규모 시위로 정권을 무너뜨릴 '최후의 결전'을 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나왔다. 수텝 전 총리는 수백만명의 동참을 촉구하면서 "만약 시위 참가자가 예상보다 적으면 더 이상 시위를 하지 않고 내 발로 감옥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신은 이날 시위대 규모가 14만~15만명(경찰 추산)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수텝 전 부총리의 약속대로라면 더 이상의 시위가 없어야 하지만 야권은 잉락 총리의 의회 해산 선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수텝 전 부총리는 "의회가 해산되고 새로 선거를 해도 탁신 정권은 살아남을 것"이라며 "탁신 정권을 뿌리뽑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에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탁신계는 과거 10년 동안 선거에서 매번 이겼으며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잉락 총리 측이 새로운 선거에서도 이길 것으로 믿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태국의 정치 위기는 뿌리가 깊을 뿐 아니라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탁신 전 총리가 집권한 뒤 친탁신 진영과 반탁신 진영으로 나눠져 분열과 대립이 심화했으며 2006년에는 쿠데타가 일어나 탁신 전 총리를 몰아내기도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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