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 보이고 싶은 건 모든 여자의 바람이다. 한 드라마를 이끄는 주연 여배우라며 카메라 앞에서 누구보다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하다. 최근 안방극장을 평정한 여배우의 모습은 다르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단출한 옷차림만으로도 환하게 빛나며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진한 화장과 화려한 의상을 걷어낸 후 연기력으로 승부수를 던진 하지원, 고아라, 박신혜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에겐 몸매를 드러내는 명품 드레스도, 얼굴빛을 살려주는 메이크업도 필요 없다. 눈물 범벅이어도, 미세한 입가의 떨림과 눈빛만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다. 화장기를 벗어내고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점령한 ‘여우’들을 살펴봤다.
▲상큼한 젊은 피=고아라, 박신혜
멜빵 바지에 조끼,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무릎이 툭 튀어나온 나온 운동복, 욕지거리가 섞인 걸쭉한 사투리와 정리 안 된 부스스한 푸들 머리 스타일까지…. 남자 배우의 스타일과 캐릭터가 아니다. 케이블 채널 tvN 의 여자주인공 고아라(23)의 모습이다. 고아라는 드라마를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고, 여성미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는 스타일을 선보였지만, 안방극장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의 받고 있는 ‘대세’로 부상했다. 데뷔 후 ‘마론 인형’으로 불리며 예쁜 외모로 주목 받던 고아라는 털털하고 보이시한 매력의 성나정 역에 완벽하게 몰입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SBS 의 박신혜도 마찬가지다. 박신혜는 극 중 가난을 상속받은 차은상 역을 맡았다. 극 중 재벌 상속자들 틈에 유일하게 가난한 집 딸 캐릭터라 멋을 부릴 기회가 도통 없다. 더욱이 고등학생 신분이라 색조가 들어간 메이크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박신혜는 시청자에겐 누구보다 예뻐 보이는 여자 주인공이다. 화장기가 없는 민 얼굴이 오히려 박신혜의 다양한 감정 표현을 선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매 회 눈물을 뚝뚝 흘리는 상황에 직면하지만 눈물범벅인 얼굴에도 굴욕이 없다. 맑은 눈동자와 깨끗한 표정으로 차은상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사랑스럽고 씩씩한 차은상에게 빛나는 액세서리와 화려한 의상, 메이크업은 오히려 짐이 될 터다.
▲농밀한 여우의 힘=하지원, 최지우
하지원과 최지우는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여배우다. 두 배우는 ‘로맨틱의 여왕’이란 수식어와 함께 한국을 넘어서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패션쇼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자타공인 패셔니스타. 그러나 드라마에선 다르다. 기존의 모습과 180도 다른 이미지를 선보이며 남다른 내공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원은 MBC 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하지원은 극 초반에는 남장 여자로 나온다. 더욱이 시대극인 터라 질끈 묶은 머리 스타일에 투박한 시대극 의상이 전부다. 최근 궁녀가 돼 다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좀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없다. 하지만 하지원만의 건강한 아름다움이 시선을 끌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와 군더더기 없는 연기는 하지원만이 드러낼 수 있는 존재감이다. 대중이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이자,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종영한 SBS 의 최지우도 마찬가지. 최지우는 드라마에서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늘 비슷비슷한 옷을 입고 등장했다. 더욱이 매번 얼굴을 반쯤 가리는 모자를 쓰고 등장하는 터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멜로 여왕’ 이미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아름다운 외모를 감춰졌지만 연기력이 빛난다. 그간 ‘지우히메’ ‘패셔니스타’ ‘한류스타’ 등 이미지에 가려졌던 배우 최지우의 진면목이 드러났다는 평가. 예뻐 보이길 포기한 대신, 배우 최지우의 진가를 시청자에게 알린 셈이다.
문미영기자
한국스포츠 문미영기자 mymo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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