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73ㆍ사진) 내각 총리는 북한 경제개혁의 성패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다. 2002년 '6ㆍ28 방침'의 초안 격인 7ㆍ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입안한 인물이 바로 박 총리다. 임금ㆍ물가 현실화, 기업의 경영 자율권 확대 등 개혁 조치가 이 때 이미 나왔다.
그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폭적 지원 아래 시장경제와의 접목을 추진했으나 개혁 속도를 둘러싸고 노동당ㆍ군부와 갈등을 겪은 끝에 2007년 4월 해임돼 평안남도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다. "내각이 자본주의 척후병 노릇을 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런 그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다시 불러 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먼저 10년 전 경제개혁을 진두지휘했던 박 총리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8일 "경제전문가인 박 총리를 내세워 대외 여건, 특히 3차 핵실험으로 소원해진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회복해 보려는 메시지도 읽혀진다"고 말했다.
여건은 나쁘지 않다. 박 총리는 측근 비리로 실각설이 나도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인맥으로 분류됐으나 여전히 왕성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6, 7일 연이어 박 총리가 치료봉사시설인 문수기능회복원과 국가과학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박봉주에 대한 신임과 더불어 개혁 드라이브는 정치적 잡음과 무관하게 계속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리 자신이 올해 3월 당 정치국 위원에 임명돼 권력 기반을 넓힌 점도 당정관계에서 역할 확대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박 총리는 과거 급격한 개혁으로 한 차례 낙마 경험이 있는 만큼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인민생활 향상과 경공업 분야의 발전 전략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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