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폐회일(10일)을 코 앞에 두고 여야가 뒤늦게 민생법안 통과 '벼락 치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회기 100일중 98일을 정쟁으로 허비한 '최악의 날림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야는 9일과 10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잇따라 열고 견해차가 없는 법안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입법을 마무리 짓기로 8일 의견을 모았다. 반면 부동산활성화법,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여야의 입장차가 나는 법안들은 일단 11일부터 열리는 임시회로 미뤄두기로 했다. 이미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2일)을 넘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7일과 8일 주말과 휴일을 반납한 채 각 부처 예산안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폐회일을 이틀 앞둔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입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정기국회가 막판 몰아치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98일 동안 정기국회가 처리한 안건은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필리핀 태풍피해 지원 촉구 결의안 등 15건뿐이며,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의 경우 대선을 앞뒀음에도 불구하고 119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20011년에는 같은 기간 55건의 법안이 통과됐었고 2010년에는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의혹 등 경색 국면 속에서도 3건의 법안이 의결됐다. 올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각종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키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해지면서 부실ㆍ졸속 심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무더기로 법안을 처리하던 와중에 사립학교법 개정안 일부 조항의 '심의'라는 표현이 발의의원과 소관 상임위원회도 모른 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ㆍ의결'로 수정돼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게 논란이 돼 사학계에서 분쟁이 일고 헌법소원 청구까지 제기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장기대치 → 막판 타결 → 부실 심의 → 묻지마 일괄 통과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폐해가 되풀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또 새해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입장차도 워낙 커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처럼 올해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가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대치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여당은 야당을 포용할 만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야당은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을 일삼았다. 이에 2013년 국회의 성과는 예년에 비해 '몸싸움'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제도 정치권의 정치력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 기관인 국회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며 "여야 모두 이에 대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혹평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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