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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하나 캠페인] <6> 침상생활 김숙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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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하나 캠페인] <6> 침상생활 김숙자씨

입력
2013.12.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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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김숙자(52)씨는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동네 의원에서는 빨리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통증을 참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다리에 힘이 풀려 걸을 수도 없었다. 며칠 후 의사는 '급성 횡단성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바이러스나 균에 감염됐다는 것 말고는 원인도 제대로 모르는 생소한 병은 하루아침에 김씨에게서 걸음을 앗아갔다.

8일 인천 부평구 자택에서 만난 김씨는 "남들은 하루도 못 견디는 지독한 냄새를 맡으며 구두약 포장 일을 15년 동안 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안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불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입원 중 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왔다. 직장에서 작은 종양을 도려냈다. 그해 10월에는 또 원인 불명의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다발성 경화증은 유전적인 요인 등으로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가 죽어 감각 이상과 운동 장애를 동반하는 질환이다.

다발성 경화증의 후유증도 심했다. 팔 근육이 약해져 팔을 얼굴 높이 위로는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예전에도 좋지 않았던 시력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눈앞에 있는 사물의 형체만 겨우 구분할 수 있다. 마비됐다고는 하지만 새벽마다 허리부터 다리까지 전해오는 끔찍한 통증과 싸우며 김씨는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경제적 고통이 따랐다. 남편(59)과 30여년간 살뜰히 모은 돈 4,000만원은 1년 넘게 입원해 있으며 병원비로 다 써 버렸다. 2011년 다발성 경화증이 재발했을 때는 한 달에 700만원이 넘는 약값에 빚만 쌓여 갔다. 김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입원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2년 전부터 통원 치료만 받고 있다.

수입이라고는 월 120만원 남짓. 전기모터 생산공장에서 35년간 일하다 2000년 청각장애 6급 판정을 받고 올해 4월 퇴직한 남편이 인천의 한 종합병원 재활보조원으로 재취업해 벌어오는 돈이다. 이 돈으로는 생활비도 빠듯하다. 빚이 4,000만원을 넘자 더 살기도 싫었다. 김씨는 "빚 낸 돈으로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남편에게 '차라리 나 좀 죽여 달라'는 모진 소리를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침대에 누워 배에 찬 소변주머니를 볼 때마다, 휠체어에 몸을 싣고 교회를 오가면서 김씨는 불과 5년 전 자유롭게 걷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일지도 모르지만 김씨는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자신의 몸도 성치 않은데 아내 병 수발 하느라 애쓰는 남편을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올 때마다 침대에 같이 누워 할머니 얼굴을 만지작대는 손녀(8)를 위해서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면 침침한 눈으로 성경책을 넘기고 재롱둥이 손녀 사진을 보면서 힘을 낸다. "'당신보다 내가 먼저 죽을 테니까 걱정 말고 빨리 나을 생각이나 하라'는 남편의 말에 억지로라도 한 번 소리 내 웃어요. 아직 50대 초반인데 죽기보다는 살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후원=자동응답전화(ARS)060-700-1111, 우리은행 1006-587-121212(예금주 사회복지법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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