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8일 제주도 남단의 이어도까지 확대한 새 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하자 미국 정부는 한국의 사전 협의 노력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매체들은 확대 소식을 긴급 보도하며 한국의 새 KADIZ가 자국 정부의 방공식별구역과 겹친다는 점을 지적했고, 일본 정부는 자국 민항기에 미칠 영향이 없다는 판단 하에 차분한 대응 기조를 보였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국 정부의 새로운 KADIZ 선포 직후 논평을 내고 "우리는 한국이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책임 있고 신중한 방식으로 이번 조치를 추구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이 같은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민간 항공기들이 혼란과 위협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지지 입장 표명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을 긍정 평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달 23일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자 미국 국무부, 국방부 장관이 성명을 통해 강하게 반대하고 B-52 전략폭격기를 현지에 투입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정부를 겨냥한 고강도 메시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KADIZ 확대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새 KADIZ에 이어도가 포함된 점에 초점을 맞췄다. 관영 신화통신은 "새 KADIZ는 한국의 영토인 마라도와 홍도 남부뿐 아니라 제주도 남단의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이어도를 표기하고 괄호 안에 '중국 쑤옌자오'(蘇巖礁)라고 병기했다. 중국신문망도 이어도를 쑤옌자오라고 지칭하며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안에 있는 것으로 중국의 영토에 속한다고 강조했으나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새 KADIZ 선포에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총리 주변 인사는 한일 방공식별구역이 일부 겹치게 된 데 대해 "민간 항공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위성의 정무 3역 중 한 사람도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는) 민항기에 대해 사전 비행계획을 내라는 중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이어도 주변 상공은 일중한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형태가 돼 향후 운용을 둘러싸고 지역 불안정성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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