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고장에 비리까지 겹쳐 원자력발전소들이 속속 멈춰 섬에 따라 우리나라 원전이용률이 25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장 값싼 전력공급원인 원전을 세워두는 바람에 값비싼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져, 국민 전기료부담만 늘어나게 된 것이다.
8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1~10월 중 국내 23개 원전의 이용률은 75.2%를 기록했다. 전체 설비용량(2,071만 6,000㎾)의 4분의3 정도만 돌렸다는 얘기다.
이 같은 원전이용률은 1988년(73%) 이후 최저다. 특히 본격적 원전 시대가 개막된 1990년대 이후 원전이용률이 80%대 밑으로 내려간 건 1991년(79.3%) 한번뿐 이며, 2000년대 들어선 줄곧 90%를 상회했다.
원전 이용률이 급락한 건 그만큼 멈춰선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설계수명종료나 예방정비 같은 불가피한 이유 외에도 한편으론 고장 때문에, 한편으론 시험성적서 조작 같은 비리 때문에, 툭하면 멈춰서다 보니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달엔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정비완료 두 달 만에 갑작스런 고장으로 멈춰 섰고, 이달 초엔 한빛 3호기마저 터빈발전기 고장으로 정지했다. 다행히 두 개 발전소 모두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언제 또 어느 발전소가 멈춰 설 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82%대로 떨어진 원전 이용률은 올해 들어 비리ㆍ고장이 겹치면서 70%대 중반까지 내려갔다. 이는 전 세계 원전의 평균 이용률(2011년 기준 78.95%)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원전은 화력 수력 신재생 에너지 등 여러 발전유형 가운데 생산비용이 가장 저렴하다.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계속 짓는 것도 그만큼 발전단가가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렴한 원전이 멈춰서면서, 그 공백을 비싼 LNG화력발전과 이산화탄소배출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이 메우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단가가 비싼 화력발전을 많이 돌릴수록 전기요금인상 요인만 커지게 된다"면서 "원전이용률만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어도 3년 새 다섯 번이나 전기요금을 올리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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