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는 인구 11만3,000여명으로 도내 23개 시ㆍ군 중 7번째로 인구가 많다. 하지만 분만병원 하나 없는 오지 아닌 오지다. 이런 도시가 2011년에는 아이 낳기 좋은 도시로 대통령상을, 지난해는 경북도 저출산 극복사업 평가에서 아이 낳기 좋은 으뜸도시로 선정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출산장려금 지원 등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지만, 뭔가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이 연출됐다. 산모가 아이를 낳으려면 안동 등 다른 도시를 찾아 나서야 하고, 갑자기 진통이라도 온다면 위급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도.
불안해 하는 임신부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내년 4월부터 영주기독병원에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개설되기 때문이다. 서익제(62ㆍ사진)원장을 만나 분만산부인과 개설의 의미와 과정, 운영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
-영주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원인은.
"위험부담은 큰 데 반해 수입이 적기 때문이다. 사명감만으로 하기에는 무리다. 서울 대구 등 대도시에서도 분만포기 산부인과가 속출하는데 중소도시야 두 말 할 나위 없다. 영주에는 산부인과 의원이 4곳이 있다. 그 중 1곳이 분만실을 운영했는데, 그나마 지난해 말 포기했다. 지난해는 한 산모가 산부인과의원 화장실에서 갑자기 분만하는 아찔한 일도 벌어졌다. 지역 산모들은 안동 등으로 원정출산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임신부들에게 있어서 원정출산에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은 물론 '갑자기 진통이 오면 어쩌나'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영주기독병원도 분만산부인과 개설에 부담이 될 텐데.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 대상지역 거점산부인과병원으로 지정돼 시설비와 의료진 인건비 등을 지원받게 됐다. 모성건강을 보호하고 출산율 제고를 위해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다. 지역 임신부들의 정신적ㆍ경제적 등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영주시보건소와 연계해 신청하게 됐다."
-30분∼1시간30분 거리에 안동, 대구, 원주 등 시설 좋은 대형산부인과 전문병원이 있다.
"영주시 관내 연간 출생아 수가 800명 가량된다. 같은 생활권인 봉화와 예천 일부를 포함하면 1,300여명에 이른다. 병원을 리모델링하고 최신의료장비를 도입해 24시간 분만 체계를 구축해 내년 4월부터 진료할 예정이다. 오ㆍ벽지 임산부와 다문화가족 산모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면 지역 산모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신 시설을 갖춘 산후조리원을 운영하고 영주시가 추진하는 아이 낳기 좋은 도시 정책으로 여성단체, 다문화가족과 협조하면 출산율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수년 안에 분만산부인과가 있는 적십자병원이 생긴다는데, 중복투자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분만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서 수익성과 공공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설사 적십자병원 때문에 정부의 운영비 지원이 끊기더라도 독립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대비하겠다.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이 연계 협력해 지역의 분만 수요를 100% 충족할 지역 자립형 분만인프라 구축의 모범사례로 만들어 보일 각오이다."
-분만산부인과 시설과 장비는 어떻게 꾸미고 갖추나.
"현재 본원 신관 2,3층을 분만산부인과로 리모델링해 2층에는 외래진료실, 상담교육실, 분만ㆍ수술실, 진통실, 회복실을 갖추고 3층에는 신생아실, 조리실, 휴게실, 산모병실로 꾸밀 계획이다. 인근 도시 큰 병원에 비해 더 좋은 환경에서 분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태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입체 초음파진단기, 태아감시장치, 신생아 황달측정기 및 치료기, 보육기 등 첨단 의료장비를 모두 갖추도록 하겠다."
-분만산부인과 인력과 운영계획은.
"산부인과 전문의 2명과 간호사 8명, 마취과전문의가 상근하며, 소아청소년과를 추가 개설할 예정이다. 임신 단계별로 산전 산후 진찰을 통해 임산부 등록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며, 요검사, 혈액검사, 모수유지도, 안욕열, 골다공증, 산후우울증 등 영유아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해 분만율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겠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어느 정도 지원 받나.
"시설 및 의료장비 구축에 10억원, 의료진인건비 등 사업운영비로 연간 5억원 가량이다."
-지역 산모들의 편익증대를 위한 대책은.
"24시간 분만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상급의료기관과 연계 협약으로 응급이송 체계를 갖추겠다. 산모전용 입원실을 1인1실로 4병상 갖추고 임산부들의 요구가 많은 산후조리원을 별도로 조성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몸조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영주기독병원은 서 원장의 선친 서진민 박사가 1965년 대구의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했다. 1980년 영주시 승격과 더불어 기독병원으로 발전해 왔으며, 서 원장은 1985년 병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1, 2내과와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에 전문의 5명 등 56명이 근무하고 있다
● 약력
경희대 의대 졸업
영주기독병원장
영주경찰서 행정발전위원회 위원장
경상북도 소방행정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영주 아젠다21 위원장
행정자치부ㆍ법무부장관 표창
재향군인회장 표창(2009)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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