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집권 2년 김정은 '불안한 실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집권 2년 김정은 '불안한 실험'

입력
2013.12.08 18:33
0 0

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오는 17일 3대 세습 2년을 맞는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갑작스레 바통을 넘겨받은 김 제1위원장의 2년은 돌출행동과 파격의 연속이었다. 돌연한 장거리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를 놀래키더니, 한 쪽에선 체제의 명운을 건 시장경제 실험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최근엔 자신을 권좌로 이끈 후견인인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까지 내치며 절대권력의 위상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8일 북한의 지난 2년을 "개혁과 반(反)개혁이 혼재한 좌충우돌의 시기"로 규정했다. 김정은의 북한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북한 경제의 개혁 의지는 초기 김정은 정권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식기반 경제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경제개혁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제가 공식 출범하기 전부터 김 제1위원장은 이미 중국의 이상향인 '샤오캉(小康ㆍ의식주 걱정 없는 풍요)이나 베트남식 개혁 정책인 '도이모이(쇄신)'와 맞먹는 김정은식 발전 모델을 꿈꾸고 있었다.

김 제1위원장의 구상은 곧 '6ㆍ28 방침'으로 명명된 '우리 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로 구현됐다. 농업분야의 작업방식(분조)을 개선하고 생산ㆍ분배에 시장가격을 도입했다. 또 국영기업소의 초기 생산비를 국가가 지원하기로 했다. 그 해 12월에는 개별 기업소의 독립채산제와 능력에 따른 임금 차별화를 허용하는 등 자본주의적 요소가 강하게 반영된 혁신 조치가 잇따라 발표됐다.

지난달에는 외자유치 거점으로 오랫동안 공들인 13개 경제개발구 및 신의주 특구의 주력사업 면면도 공개됐다. 각종 사회주의식 규제를 풀어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해외자본을 끌어 들여 경제재건에 들어갈 종잣돈을 마련하려는 두 갈래 전략인 셈이다. 10년 전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의 주역인 박봉주를 지난 4월 경제사령탑인 내각 총리에 재발탁한 점도 김 제1위원장의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 결과는 신통치 못하다. 3월 채택된 '경제ㆍ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은 세습독재의 한계를 보여준다. 김정은 정권은 먼저 핵능력을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경제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지만, 막대한 자원을 핵개발에 쏟아 붓는 바람에 정작 경제부문에 투입할 재원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3차례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기만 전술을 체득한 국제사회도 병진 전략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도 "핵무기와 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핵보유의 정당성을 되뇌었다.

때문에 1인 독재의 완성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6일 국회 보고를 통해 "외관상 김정은 체제로 권력 세습이 완료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불과 2년의 국정경험밖에 없는 김 제1위원장이 조력자 없이 앞으로 닥칠 수많은 난관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체제 혼란과 불안정성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권 2년이 지났지만 김정은 정권이 경제정책의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로지 체제안정을 위해 상황에 맞게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라며 "주민들도 방향성 없는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는 탓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