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임종룡호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 임 회장은 6월 11일 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농협중앙회에 위탁 운영하던 전산시스템 직접 관리, 첫 조직개편 마무리 등 농협지주의 위상은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 농협지주는 '잠자는 공룡'이라 불린다. 중앙회의 입김은 여전하고, 실적은 경쟁업체에 밀린다. 금융회사 매물만 나오면 달려들어 덩치만 키우려 한다거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임 회장 취임 이후에도 농협지주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3분기 순익도 1,149억원에 그쳐 전년동기(1,497억원)보다 23.2% 줄었다. 누적순이익은 2,18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3,643억원)에 못 미치는데다, 올해 순이익 목표(1조600억원)의 5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반면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1조원대 순익을 올렸다. STX그룹 동양그룹 사태 등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금융조차 4,400억원대의 순익을 냈다. 농협은 9월말 156조4,000억원 상당의 총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 무수익여신 비중이 지난해 말보다 각각 11.8%, 0.15%포인트 늘어 건전성지표 또한 나빠졌다.
임 회장 역시 자산 규모(5위)에 비해 농협금융 자회사의 실적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한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수합병(M&A)으로 자회사 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자회사들의 생산력이 대체적으로 떨어져 지주 순이익이 낮다"며 "M&A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주요 금융지주와 엇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두 가지다. 무엇보다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농협금융지주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농협지주는 '농협'이란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상반기에만 2,200억원을 중앙회에 지불했다. 게다가 출자 배당과 이용 고배당(농협 이용실적에 따른 조합원 배당)도 해야 한다. 금융의 핵심인 정보기술(IT) 부문도 중앙회에 종속돼 있다가, 잦은 전산사고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난 뒤에야 IT본부만 농협은행으로 최근 옮겨왔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은 신용부문 대표에 불과해 중앙회 회장 등보다 지위가 낮다. 실제 신동규 전 회장은 6월 갑자기 퇴임하면서 중앙회에 경영 인사 예산 등 전 분야가 예속돼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본금 확충을 위한 1조원의 현물출자도 산은지주 민영화 작업이 무산되면서 언제 이뤄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임 회장은 또 떨어지는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점 수가 1,187개(9월말 기준)로 국민은행(1,202개)과 함께 선두지만 임직원 1인당 생산성은 1,300여만원으로 시장 1위인 신한(2,700만원)의 절반 밖에 안 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중앙회의 경제사업인 '신토불이' 창구도 운영해야 하고, 영업망도 수도권에 집중하지 않고 전국 시ㆍ군 단위로 두고 있는 등 무조건 수익만을 쫓는 시중은행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금융사의 역할을 중시할지, 아니면 협동조합 구조를 우선할지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자산 규모에 걸맞은 생산성을 확보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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