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아공, 빈부격차·부패 줄여야 만델라의 꿈 실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아공, 빈부격차·부패 줄여야 만델라의 꿈 실현"

입력
2013.12.08 18:36
0 0

남아공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의 북동쪽에 위치한 알렉산드라 지역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1940년경 살았던 곳이다. 당시 전기와 수도 공급이 안됐던 이곳은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고통스러워 보이는 곳은 공동묘지 바로 옆 좁은 판잣집들이다. 불법거주자 약 5,000명이 살고 있는 이 곳엔 여전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물도 멀리서 펌프로 길어 와야만 한다. 돼지가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고, 공중화장실에서 위생이란 개념은 전혀 떠올릴 수 없다.

12명의 식구를 거느리는 음시피(69)는 "만델라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자유롭게 학교와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해줬지만, 우리는 여전히 판자집에서 산다"고 한탄했다. 지역 운동가인 마이클 응고베니는 "만델라의 죽음은 나라의 큰 손실이지만 이곳에선 지난 20년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전기도 물도 없어, 자유를 맛보았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 덕분에 남아공에서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됐지만, 빈부 격차가 전혀 개선되지 않아 실질적인 평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INYT)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남아공은 만델라의 희망과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 흑인 가정의 소득은 최근 10년간 평균 169%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인 가구의 평균 소득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실업률은 약 25%에 달하고, 지난해에는 주택과 일자리, 기본적인 서비스 부족에 화가 난 시민들이 173차례나 시위를 벌였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남아공은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다.

만델라 전 대통령이 1994년 취임 직후 기업 국영화 대신 외국인 투자자를 만나 투자를 이끌고, 집권 여당인 아프리가민족회의(ANC)에도 '사회주의 정신을 버리고 자유 개방경제를 포용하라'고 설득하며 경제성장에도 큰 관심을 보였지만,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시민들은 심각한 불평등의 원인으로 만델라의 퇴임 이후 기승을 부린 부패 문제를 꼽았다. 파팔로 차페디(15)는 "어머니가 10여년간 정부 보조 주택을 기다렸지만, 친구들은 친척이 ANC와 연결돼 있어서 쉽게 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백인 애니타 프랫과 수산 밴질은 "만델라는 겸손하고, 부패도 없었지만, 현 ANC 내부 인물들은 그렇지 않다"며 "많은 공약을 했지만 실천하지 않았고, 특히 실업은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종 차별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백인 대부분이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고 흑인 엘리트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인 점도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중학생인 탄데케 벨레(14)는 "아파르트헤이트는 아니더라도 인종차별을 여전히 느낀다"며 "백인들은 여전히 상층부에 있고 우리 흑인들은 중간에 갇혀 있다"고 했다. 케이프타운대 정치분석가 로버트 쉬리레는 "만델라가 인종차별 없는 민주적 남아공에 대한 열망을 촉발시켰지만, 백인은 부를 차지하고 흑인은 가난에 찌들고 있는 한 진정한 화합은 절대로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만델라에 대한 비판이라고 한다면 화합의 상징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해 국민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주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