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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눈치만… 한국지엠·르노삼성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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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눈치만… 한국지엠·르노삼성 '냉가슴'

입력
2013.12.0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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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툭하면 구조조정설쉐보레 유럽시장 철수… 일감 20%나 감소 예상"곧 인력감축" 불안 확산소형차개발 중국서 이미 시작… 생산축 언제든 이동 가능성근로시간·통상임금 등 문제, 연구개발 투자도 재검토르노삼성 '사실상 대리점'신차없이 해외모델만 개조본사선 닛산차 위탁 생산 등 '물량 몰아주기' 땜질 처방사실상 하청기지로 전락

한국지엠도, 르노삼성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본사의 글로벌 전략이 바뀔 때마다 구조조정 공포에 떨어야 한다. 툭하면 '철수설'도 나온다. 갈수록 변방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5개 완성차 회사 가운데 현대ㆍ기아차를 제외한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3사는 모두 외국계다. 한국지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 쌍용차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주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GM본사가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한 '쉐보레'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계획에 따라 한국지엠은 현재 생산물량 축소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 중이지만, 물량회복을 위한 마땅한 방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그 동안 유럽에 수출되는 쉐보레 브랜드 차량을 생산해왔는데, GM본사가 2015년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전체 생산대수의 약 20%(18만대)에 달하는 일감이 사라지게 됐다. 때문에 사내에선 "일감이 20%나 줄어드는 만큼 인력도 그만큼 줄어들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한국지엠은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설과 철수설이 끊이질 않았다. 2002년 GM이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아시아 최대 생산기지였지만, GM의 글로벌전략이 바뀌고 특히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한국지엠의 위상도 굴곡을 타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GM 글로벌 생산물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기지다. 하지만 생산기지는 어차피 생산기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에 인접해 있다는 게 가장 큰 불안요소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협력실장은 "GM은 원래 대형차 중심의 회사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소형차가 강한 한국지엠에 많이 의지해왔다. 하지만 GM이 중국 R&D센터를 통해 소형차 개발을 시작한 만큼 생산의 중심축도 언제든 중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GM은 중국시장에서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231만대를 팔았다. 이미 본토와 맞먹는 시장이고, GM의 글로벌전략에서 중국의 위상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 바로 옆에 있는 한국지엠으로선 그만큼 미래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GM본사는 이미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준중형 '크루즈'의 차세대 모델을 해외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데 이어, 한국지엠의 디자인 및 연구개발에 5년간 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GMK 20XX'전략도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GM본사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문제 등 한국 내 최근 고용환경에 대해 상당히 불만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지엠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할 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르노삼성 기흥 디자인센터가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르노 디자인 아시아'로 승격되는 등 겉으론 위상 격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2000년 르노 인수 이후 신차다운 신차를 내놓은 게 없다. 현재 국내 생산되고 있는 차량은 모두 해외모델을 들여와 개조한 '핸드오버'차다. 업계 관계자는 "한 때 27만대까지 생산했지만 지난해 그 절반 수준인 15만대로 곤두박질쳤다. 신차가 없으니까 판매가 부진하고 판매가 부진하니까 신차를 내놓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르노 본사의 처방은 '신차개발' 아닌 '일감 몰아주기'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북미 지역으로 수출되는 일본 닛산의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연 8만대씩 생산해 수출하게 된다. 생산에 필요한 부품 70%를 국내서 조달할 것인 만큼 부품 협력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르노의 형제회사다.

하지만 일감만 조금 늘어났을 뿐, 닛산의 '하청기지'가 됐다는 점에서 위상은 더 나빠졌다는 평가다. 이조차 '르노삼성 구하기'라기 보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혜택을 노린 글로벌 전략차원의 결정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연 8만대의 로그 생산이 당장 르노삼성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 물량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충격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특히 르노 본사가 유럽에서 만든 QM3를 수입해 팔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도 혹평했다. 그는 "해외 생산기지였던 르노삼성이 이젠 해외 판매대리점으로 격하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쌍용차의 형편이 제일 낫다"는 얘瘦沮?나오고 있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는 농기계회사로 글로벌 자동차브랜드가 아닌 만큼, 쌍용차는 본사전략에 휘둘림 없이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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