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애플린(21). 아직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고국인 영국에서는 제법 이름을 알린 신인 가수다. 팝 그룹 프랭키 고스 투 할리우드의 곡을 리메이크한 첫 싱글 '더 파워 오브 러브'는 지난해 영국 싱글 차트 1위까지 올랐고, 두 번째 싱글 '플리스 돈 세이 유 러브 미'는 6위까지 올랐다.
올해 5월 발표한 데뷔 앨범 '잉글리시 레인'을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애플린을 7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은 체구와 동글동글한 얼굴, 앳된 미소 때문에 나이보다 어려 보였다. 친구가 찍어준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돼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는 애플린은 "그때 영상을 다시 보면 민망하다"며 웃었다.
애플린의 음악은 스스로 정의한 것처럼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중심의 '포크 팝'이다. 간결한 편곡에 맑은 목소리가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또래들이 최신 팝 음악을 듣고 있을 때 밥 딜런이나 닉 드레이크, 조니 미첼 같은 1960년대 음악을 즐겨 들었던 결과다. 애플린은 "그들의 음악은 고전이지만 여전히 새롭게 들린다. 내 음악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국 시인 T.S. 엘리엇을 좋아해서 악기를 배우기 전부터 시와 단편소설을 많이 써왔다는 그는 로드나 버디 같은 또래 여성 가수들과의 차이점에 대해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점을 들었다. "레너드 코헨이나 조니 미첼 같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시를 쓰고 그것을 음악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열네 살 때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제가 쓴 글에 곡을 붙여 부르곤 했어요."
애플린은 17세에 자신의 독립 레이블을 만들어 음원사이트에 자신의 노래를 직접 배포할 만큼 산업적 측면에도 관심이 많다. 대학에서도 음악 제작과 비즈니스를 배웠다.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어서일까. 그는 매일매일이 휴가같다고 했다. "투어를 다니는 것도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처럼 즐거워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며 조금씩 변화해 나가는 음악인이 되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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