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단체가 늘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신촌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환상일 것입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죠.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신촌 지역을 기반으로 한 ‘풀뿌리 회의체’ 신촌민회의 이태영(사진) 사무국장은 8일“신촌 상권을 살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삶과 문화로 풍성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촌민회의 제안으로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신촌의 문화를 재생해보자며 ‘신촌재생포럼’(가칭)을 발족했다. 이들은 기존에 서대문구와 상인들의 관심사인 상권 부활 보다는 과연 어떻게 신촌을 새로운 삶과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어갈지에 더 관심이 크다.
이씨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무대인 신촌이 향수의 공간으로 일컬어지는 것을 경계해서인지 “1990년대의 신촌이 마냥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신촌이 지나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굳이 드라마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1990년대 이후 신촌은 문화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주도권을 홍익대 인근지역에 빼앗긴 것이 사실이다. 상권이 홍대지역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신촌 문화도 위기를 맞아야 했다. 당시 대학생들의 아지트였던 독수리다방은 문을 닫았다가 어렵사리 다시 간판을 내걸었고, 신촌을 대표하는 서점 홍익문고도 재개발로 퇴출 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촌민회는 2001년 오랫동안 신촌 주민으로 살아온 이신행 연세대 명예교수가 뜻을 함께하는 학생들과 만들었다. 신촌 지역의 이슈나 쟁점들을 찾아내 의견을 나누고 발전 방향을 모색해온 이 단체는 지역 주민은 물론 신촌을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비거주자들까지 아우른다. 신촌민회의 제안으로 지난달 28일 처음 발족한 신촌재생포럼 첫 모임에서 40여명의 젊은 문화활동가들은 신촌의 쇠락을 진단하는 견해와 변화를 위한 제안을 쏟아냈다.
이씨는 “현재의 신촌은 삶의 공간이라고 보기엔 2% 부족하고 문화가 있다고 하기엔 소비만 있는 공간이 돼버렸다”며 “첫 모임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나온 건 아니지만 거리 축제라든지 문화 단체를 위한 아지트 조성 같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포럼은 신촌에서 활동하거나 신촌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단체들이 가세하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며 “신촌에서 ‘놀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아이디어를 내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내년 1월 중에 2,3차 모임을 갖고 실무 그룹을 구성, 신촌 문화재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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