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단속으로 국가보조금 총 1,700억원이 부당지급ㆍ유용돼 온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착수 4~7개월 만에 3,349명이 재판에 넘겨지는 등 대형 비리가 줄줄이 적발됐다. 위조서류 제출, 페이퍼컴퍼니 설립 등 각양각색의 수단이 혈세 빼돌리기에 동원됐지만, 대부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지난 6월부터 보조금 실태 수사로 127명을 구속 기소하고 3,22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6월부터 부정수급자 등 2,737명(부정수급 894억원)을, 검찰은 8월 말부터 보조금 횡령범 등 612명(806억원)을 적발했다. 부당수급ㆍ유용 보조금은 전체 1,700억원 규모로 복지 분야 부정수급액이 4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보조금 비리는 보건ㆍ복지, 고용, 농업, 연구ㆍ개발, 문화ㆍ체육ㆍ관광 등 전 분야에서 만연했다.
대구지검은 국고 162억원이 투입된 경북 의성 건강복지타운 조성사업 과정에서 보조금 18억여원을 불법수급하고, 보조금 37억원을 횡령한 시공사 대표 A(44)씨와 사업자 선정 대가로 3,500만원을 수수한 의성군 공무원 B(47)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공사기성률과 설계용역비를 부풀리거나 위조한 세금계산서 등을 제출해 빼돌린 보조금으로 서울 강남의 아파트 월세대금, 외제차 대여비 등을 충당했고, B씨는 향응을 받으며 이를 눈감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책사업기금인 해외농업개발기금도 새나갔다. 서울동부지검은 무자본 M&A로 인수한 C사 자산을 담보로 해외농업개발기금 융자를 받아 104억을 편취ㆍ횡령한 업자 D(39)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 기금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민간기업 해외농업개발 지원을 위해 만든 저리융자였지만, A씨는 합작투자계약서, 해외송금 내역을 모두 위조해 쉽게 돈을 대출받아 유용했고 피해는 C사가 떠안게 됐다.
고용 보조금을 빼돌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경북경찰청은 북한이탈주민에게 허위 수료증을 발급해 직업훈련장려금 6억여원을 타낸 훈련원장 등 44명을 입건했다. 춘천지검은 퇴직자들에게 휴업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고용지원센터로부터 4억5,800만원을 타낸 건설사 대표 20명을 적발했다.
그밖에 ▦근무자 부풀리기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속여 6억원을 타낸 요양병원(대구지검 경주지청) ▦공사비를 부풀려 고용환경개선 사업비를 타낸 업자와 브로커들(부산 북부경찰서) ▦주유소와 짜고 유가보조금을 가로 챈 업자들(경기경찰청)이 적발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당수 부처와 지자체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최소한의 증빙자료 진위 확인 절차도 없이 형식적 서류심사를 해왔으며 부정행위가 적발돼도 책임 추궁을 피하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사ㆍ중복 신청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정보망이 없어 중복 지원이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 보조금은 지난해 기준 46조 4,900억원으로 국가 예산의 14%를 차지한다.
검경은 집중단속 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정부합동단속반 설치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동열 대검찰청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은 “검경 공조, 유관기관 협조를 통해 만연한 보조금 비리를 적발하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 환수할 계획”이라며 “특히 감사원 지적을 받은 복지사업 비리를 중점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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