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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주민 자살한 이유는… 송전탑 갈등 새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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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주민 자살한 이유는… 송전탑 갈등 새 불씨

입력
2013.12.0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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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지역 송전탑 경과지 주민의 음독 자살 사건이 송전탑 갈등의 새 불씨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8시50분께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마신 유한숙(71)씨가 나흘 만인 6일 새벽 병원에서 숨진 뒤 유족 및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경찰이 유씨의 음독 원인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등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씨 유족들은 8일 빈소가 차려진 밀양 영남종합병원 농협 장례식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버지는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경찰이 밝힌 수사결과를 반박했다. 전날 밀양경찰서는 "유족의 최초 진술 등을 토대로 판단해 보면 유씨는 음주, 돼지 값 하락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유씨가 평소에 술을 마신 후 '죽겠다'는 말을 자주 했고, 음독 당일에도 소주 세 병을 마신 상태였으며, 돼지 값 하락 등으로 고민을 해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2일 부산대병원에 이송된 아버지가 음독 이유를 묻는 경찰관들에게 '송전탑 때문에 그랬다. 더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경찰이 정작 중요한 본인의 진술은 쏙 뺀 채 유족의 최초 진술 일부와 주변 정황 등을 짜깁기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이날 오후 밀양시 삼문동 영남루 맞은 편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주변에 정부와 한전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분양소 설치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져 대책위 관계자 4명이 다치기도 했다. 대책위는 오는 11일 오후 7시 분향소 앞에서 유씨의 추모 행사를 열기로 했다.

종교계도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이날 "일방적으로 강행되는 송전선로 공사로 작년 1월 분신 사건에 이어 또 한 분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며 "(정부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사회적 공론 마련을 위해 국민 의견을 경청하라"고 촉구했다.

밀양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유씨의 사망사고 원인과 관련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비약적인 논리 전개가 자칫 혼란을 가중시키고 지역의 안정을 해치지 않을까 염려된다"면서 "모두의 자중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월에는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이치우(당시 74세)씨가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졌다. 이씨의 장례는 같은 해 3월에 치러졌고, 송전탑 공사도 3개월간 중단됐다.

밀양=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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